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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근대 유럽의 근원 되돌아 보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지음/이기숙 옮김/한길그레이트북스 펴냄


이른바 ‘역사의 세기’라는 19세기, 독일의 문화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가 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의 출간은 ‘세기의 사건’으로 불린다. 이 책을 모르고서는 1860년 이후의 르네상스에 대한 연구 성과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오늘날 르네상스 이념의 역사를 서술하려는 서양 학자들은 한결같이 르네상스 개념의 긴 역사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부르크하르트를 잡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인들의 내면 세계가 근대 유럽을 탄생시킨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부르크하르트는 르네상스 정신으로 인간의 자아와 세계의 발견, 개성의 성장, 자유주의와 인문주의의 발전 등을 든다. 그 동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서 익히 알고 있는 르네상스관은 거의 전부가 부르크하르트의 그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문화사 쓰기의 전범으로 간주돼 왔다. 부르크하르트는 언어, 관습, 축제, 가족, 결혼, 출생, 어린이, 음식, 질병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화사적, 일상사적, 미시사적 소재는 물론이고, 청소, 화장, 청결 등의 위생사적 문제, 각 사회계층 간의 서열과 이동 등의 사회사적 문제 등 광범위하게 당시 시대상을 고찰했다. 범죄, 사랑, 도덕, 종교 등 평범한 문화사적 소재들도 부분적으로 당시의 일반 민중 또는 하층민과의 연계 속에서 취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추구한 20세기 역사서술의 앞선 모델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더 나아가 부르크하르트는 르네상스기의 상층부 여성과 소녀 매춘부들을 별도의 장에서 취급했다. 여성사나 젠더의 역사 분야에도 관심을 쏟은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시대를 앞선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는 부르크하르트가 언젠가 뛰어난 페미니스트 감각을 지닌 역사가이기도 했다는 새로운 평가가 나오기를 기대할 만하다.

부르크하르트의 책은 이미 시중에 두어 종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번 번역본에 대해 출판사는 ‘최초의 완역 결정판’이라 강조했다. 일본어 중역 등의 기존 번역본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어학 전공자 이기숙씨가 5년 여 번역에 매달렸고, 이를 국내 유일의 부르크하르트 전공자인 최성철씨가 전체 내용과 세부 개념들을 낱낱이 감수했다고 한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입력시간 : 2004-01-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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