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갑신년 두통주의보


육갑(六甲)이라는 얘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십갑자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 나이를 따질 때에도, 날짜를 따질 때에도 심지어는 방위에서부터 사주팔자에 이르기까지 빠지는 곳이 없다.

육십갑자는 천간(天干) 10개와 지지(地支) 12개가 만나서 이루어진다. 천간에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가 있고 지지에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가 있는데, 이중 올해에 해당하는 갑신년은 갑(甲)과 신(申)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갑(甲)에는 초목의 새싹들이 껍질을 깨고 나온다는 의미가 있고, 신(申)에는 기지개를 펴듯이 펼친다는 뜻이 있으며, 신(申)은 금(金)으로 가을의 기운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럼 올해 갑신년은 어떠한 해인가?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운기(運氣)에 관해 논해 놓은 편이 7편이 있어서 흔히 운기칠편(運氣七篇)이라 하는데, 여기에 보면 어떤 해에는 날씨가 어떻고 기운이 어떻기 때문에 어떤 병이 널리 유행하며 어떤 치료법을 써야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하는 것들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갑신년은 갑(甲)년이므로 토(土)의 기운이 센 해가 된다. 그리고 신(申)년이므로 인신(寅申) 소양상화(小陽相火)에 의해서 전반기에는 화기(火氣)가 널리 유행하는 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화기가 위에서 심하면 두통이 나타나고, 땀구멍에 나타나면 오한, 학질이 생기며, 화(火)가 금(金)을 억압하여 수(水)가 외부로 넘치면 부종(浮腫)이 생기고, 혈맥(血脈)에 울체되면 창양(瘡瘍)이 생기고, 심폐를 침범하면 가슴에 열기가 가득한 증상 등등이 나타나기 쉽다.

이때에는 짜고 찬 것으로 병을 치료하고 신맛과 쓴맛으로 도와주라고 하였다. 즉 수(水)에 해당하는 짠맛으로 불을 꺾고, 목(木)의 맛에 해당하는 신맛으로 간의 음기를 보하고, 흩어지는 불기운을 수렴시키고, 쓴맛으로 잠복된 열을 발설시켜 치료하는 것이다.

올해의 후반부는 궐음(厥陰)기운이 지배하므로 풍목(風木)의 기운이 비위(脾胃)의 토(土)와 부딪쳐 오한이 나면서, 자주 하품을 하고, 옆구리가 그득하고, 음식을 잘 먹을 수 없고, 몸이 무거운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때에는 매콤하고 서늘한 약으로 치료하면서 쓴맛과 단맛으로 도와준다고 하였다. 매운 맛은 금(金)에 해당하므로 매운 맛으로 목(木)기운을 꺾어주고, 화(火)에 해당하는 쓴맛으로 매운 맛을 꺾어 조절해주면서 토(土)에 해당하는 단 맛으로 완화하여 기(氣)를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는 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음식을 섭취할 때에도 열이 오를 때에는 쓴맛이 나는 나물을 먹어서 열을 내리고, 짠 양념을 하기도 하고, 기운을 흩어줄 때에는 매운 맛이 나는 약 뿐 아니라 매운 고춧가루나, 매운 야채 등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갑신(甲申)을 사주명리학으로 보면, 인(寅), 신(申), 사(巳), 해(亥)는 역마(役馬)살에 해당되므로 올해 범띠, 혹은 인(寅)월에 태어난 사람이나 인(寅)일, 혹은 인시(寅時) 즉 새벽 3시부터 5시 무렵에 태어난 사람들은 움직임, 이동할 일이 많을 수 있다.

어쨌든 새해가 시작되며, 새로운 움직임, 희망, 기쁨, 목표들도 함께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의 기대를 갑신(甲申)이라는 글자에 걸고, 한 걸음 씩 지혜롭게 내딛어보자.

강남경희 한방병원장

입력시간 : 2004-01-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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