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지배자로 떠로른 '몸' 섹시가 밑천이고 자본인 세상

몸안되면 연예계를 떠나라
대중문화의 지배자로 떠로른 '몸' 섹시가 밑천이고 자본인 세상

2004년 오늘, 대중문화 저변을 관통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터넷에선 얼짱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얼짱에 이어 지난해 불현듯 서른아홉살의 아줌마의 몸매를 등장시킨 ‘몸짱’ 이 등장하더니 각종 사이트에는 연예인 몸짱을 선발하는 설문조사까지 벌이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케이블 방송인 동아 TV에선 프로그램 ‘도전 신데렐라’를 통해 1,000여명 중 선발된 세 명의 여성을 상대로 100일간의 성형수술과 미용 등을 시청자에게 보여준다고 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웬만한 남자 배우라면 너나 할 것없이 잘 다듬어진 몸매를 자랑한다.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 행렬은 멈추지 않는다. 또한 노래보다는 섹시한 옷차림과 몸으로 승부하는 이효리에서부터 채연, 채소연 등의 ‘몸파’ 아류 연예인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심지어 단정한 옷차림 조용한 어투로 발라드 가수로 정상에 선 이수영까지 섹시한 옷을 입고 재킷 사진에 등장했다.

이제 몸은 더 이상 정신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몸 자체가 목적이요 존재 이유가 된 시대가 됐으며 무엇보다 몸은 밑천이고 자본인 상황이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노동력 제공의 수단으로서의 몸, 즉 부족한 돈과 시간을 몸으로 때웠지만 이제는 몸에 시간과 돈을 들이게 됐다. 몸은 세상에 대한 나 자신의 추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이상 몸은 은폐되지 않고 음란의 그늘에 더 이상 유폐되지 않는다. 광장으로 나온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곧바로 돈이 되는 세상이다.

▽ ‘몸파’ 스타 전성시대

그것을 십분활용하는 곳이 대중문화계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4년 1월 대중들이 환호하는 스타는 누구인가. 대중들은 어떤 스타 이미지에 열광을 보내는가. 바로 권상우, 비, 김남진 등 ‘몸파’ 스타들이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부족한 연기력 등 연예인의 기본적인 자질 부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섹슈얼한 이미지의 ‘몸파’ 스타인 이효리 등과 같은 외모와 몸으로 승부하는 여자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드라마와 영화의 가장 강력한 흥행 기제 역할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며, 누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등 몸으로 승부하는 이들 남녀 ‘몸파’ 스타들의 열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몸매는 방송 등 대중 매체에 쉼없이 드러남으로써 이상화한 몸의 이미지를 유포시키고 인터넷과 방송과 스포츠지 등에서의 몸매 예찬은 이들의 몸의 이미지를 더욱 더 강화시킨다. 또한 그 동안 몸이 정신의 하위개념으로서 여겨져 온 상황에서 여성의 몸의 노출은 성의 상품화 심화라는 인식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자본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손쉬운 것이 여성의 섹슈얼한 몸이라는 인식이 고착됐다. 때문에 노출과 선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여성의 몸매 드러내기 현상이 거세게 일고 있고, 이에 편승한 여자 연예인들이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상적인 몸매와 섹슈얼한 외모만으로 이들의 인기를 설명할 수 없다. 그 동안 사회적으로 그려지는 남성의 모습은 힘과 힘의 행사라는 측면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것은 곧 다른 사람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해서 행사될 것을 전제로 한다. 남성은 주로 여성을 바라보는 주체였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성의 모습은 바라다 보이는 객체였다. 물론 이것은 남녀의 차등권력 상황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남녀동등 권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여성이 남성을 바라보는 주체로의 위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 권상우, 비, 김남진, 김재원 김래원 등은 바라 보이는 객체로서 남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강인한 남자에게 보이는 성의 지배자로서의 느낌보다?성의 상대자로서의 분위기가 이들 남성 스타들에게서 강하게 풍겨난다. 이것이 여성들의 환호를 자아낸다.

권상우의 경우 ‘천국의 계단’ 이나 ‘말죽거리 잔혹사’ 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여성에게 군림하지 않는다. 또한 인터뷰 기사에서 몸에서 풍기는 남성성 대신 ‘담백’ ‘귀엽다’는, 심지어 ‘연약함’ ‘어린티’ 라는 어휘와 표현들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남녀 동등권력 시대에서 권상우를 여성의 지배자가 아닌 동등한 대상, 심지어는 모성을 자극하는 기제로 활용된다. 가수 비 역시 노래 부를 때 역동적인 춤 동작, 그리고 그의 몸매들이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남성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면서도 대중매체에 유통되는 것은 어머니의 죽음 등 외로움을 타는 스타일 등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사적 생활을 소개한 기사나 이미지이다. 이것은 꽃미남의 곱상한 외모에 남성미를 갖춘, 즉 남성적 강인함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남성상인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개념과 연결은 되지만 차이가 있다.

▽ 중성적이미지로 인기몰이

반면 남녀동등의 권력시대에서 여성 중 섹슈얼한 이미지에 중성적 성격이 강한 여성이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의 주체성이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한 형태와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남성의 시선에 쾌락을 주는 측면에서 여성 스타들의 섹시함만을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여성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효리의 털털하고 중성적 섹시함이 환호를 받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들 스타들은 대부분 자본주의의 가장 큰 덕목인 성공과 휴머니즘의 기본인 사랑의 이미지가 교묘하게 통합돼 있다. 권상우의 경우 아버지 없이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 스타로 발돋움 한 개인사적인 성공담은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과 꿈 그리고 용기를 주며 성공 이데올로기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 비의 경우 백댄서로 활동하며 순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정상의 선 가수의 성공 스토리와 늘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여동생과 아버지를 챙기는 휴머니즘의 요소가 절묘하게 배합돼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효리 역시 이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몸 담론이 대세를 이루고 외모와 몸매만을 전매특허로 내놓는 연예인이 ‘몸파’ 스타로 부상하고 이들의 몸매와 외모의 상품성만을 드러내 놓은 드라마나 영화가 판칠 때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신 우위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몸만을 강조하는 작품이 범람할 때 연기력과 가창력 등 연예문화를 상향조정 시키는 원동력은 악화일로를 걷게 되고 드라마나 영화의 작품성은 스타의 몸매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대중문화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몸에 대한 인식에 걸맞는 새로운 연기론과 가수론이 정립돼야 하며 새로운 문법의 영상언어도 발굴돼야 할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02-04 15:10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