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잠 못 이루는 고통 '근막통증'


K 씨는 아들 내외가 모두 직장을 다니는 바람에 1살과 2살 연년생 손자들을 작년 이맘 때쯤부터 돌보게 되었다. 손자들 재롱 보는 재미에, 또 아들 내외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에 겨운데도 손자 돌보기를 해오고 있었는데 몸에 무리가 왔는지 몇 달 전부터 오른쪽 어깨와 뒷목이 서서히 아파왔다.

그러다가 통증이 심해졌다. K씨는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병원을 찾은 K씨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우측 어깨와 목 부위에 뭉쳐진 근육들로 이루어진 아픈 결절들이 여러 개 만져졌다. 이 결절들이 K씨의 잠 못 이루는 통증의 원인으로 생각되었다.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일이 환갑이 넘은 K씨의 근육에 알게 모르게 무리가 되었을 것이다.

결과를 설명하고 약을 처방하면서 가능한 아이들 돌보는 시간을 줄일 것과 아이들을 자주 안아들지 말 것을 교육하였다. 더불어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근육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을 할 것을 지시하였다. 아들이 없는 자리에서 K씨는 아들, 며느리에 대한 서운한 감정과 남들이 알아주지 않은 통증으로 인한 서러움으로 펑펑 울고 나갔다.

일시적인 외상으로 한번에 근육이 파열되거나 찢어지면 환자 본인이 당장에 알게 된다. 반면 작은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것도 근육섬유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경우 환자들은 특별히 다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왜 아픈가를 의아해 한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환갑을 지난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로 힘이 드는 일이다. 특히 육아에 필요한 동작들은 안아주기, 목욕시키기 등 어깨와 팔 근육을 주로 사용해야 하는 일이다. 특정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근육의 잦은 수축으로 인해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이는 또 다른 나쁜 자극이 되어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물질들을 분비시킨다. 분비된 신경 물질들은 분해되지 않은 채 근육에 지속적으로 남아서 만성적 통증을 일으킨다. 아픈 부위를 잘 만져보면 뭉쳐진 근육이 섬유결절로 만져지기도 한다.

이렇게 반복적인 무리한 사용으로 근육이 뭉치고, 뭉친 근육으로 인해 만성적인 통증이 생기는 질환을 ‘근막통증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한방에서는 ‘담이 들었다’고도 설명한다. 근골격계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삼분의 일내지 삼분의 이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특별한 검사로 발견되지는 않고 의사의 경험과 진찰로 근육의 아픈 부위가 확인되어야 진단이 되므로 꾀병으로 오인되어 환자가 서러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병이기도 하다.

아이를 보는 것 외에도 특정근육의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에서는 근막통증 증후군이 언제든지 생기게 된다. 요즘에 흔하게 보는 원인은 장시간의 컴퓨터 작업이다. 컴퓨터 작업에 의한 통증은 어깨나 뒷목 부위에서 가장 많이 생기고, 손목과 손이 다음이다.

근막통증 증후군에 대한 치료 효과는 증상이 오래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좋다. 처음에는 무리한 근육운동을 제한하고 바른 자세,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로 좋아지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통증으로 인해 자세가 더 나빠지고 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근육수축이 더 심해지면서 멀쩡하던 옆의 근육까지 뭉쳐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통증을 유발하는 동작을 피하는 것이 치료의 가장 기본이 된다. 스트레칭과 유연성 운동을 포함한 운동을 같이 병행하는 것이 좋으며 약물치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외 초음파, 냉찜질과 온찜질, 마사지도 시행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통증을 일으키는 부분에 한방에서 사용하는 침술과 같은 주사침을 높아 효과를 보기도 한다. 비교적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주사요법은 통증을 일으키는 뭉친 근육을 주사침을 이용하여 풀어주는 방법이다.

근막통증 증후군의 예방을 위해서는 바른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때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일어나 가벼운 체조와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초보 골퍼들도 흔히 무리한 스윙 동작에 의해 근막통증 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스트레칭과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스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한달 뒤에 다시 내원한 K씨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우선 저녁이 되면 손자들이 돌아가므로 쉴 수 있게 되었고 집 주변을 산책할 짬도 생겼다. 낮에도 가능한 손자들을 안지 않고 돌본다고 했다. 덕택에 어깨 통증도 많이 줄어들었다. 어제 밤에도 푹 잤다고 좋아하였다.

입력시간 : 2004-02-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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