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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싱크' 연기자는 떠나라
탄탄한 연기력으로 연극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진정한 실력파
'립싱크 가수'와 다름없는 연기자들, 무대에 올라 연기력 다져야


지난 1월30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 중인 ‘에쿠우스’저녁 공연의 막이 올라가지 못했다. 이유는 조재현의 상대역 의사 다이사트로 출연하던 중견 연기자 김흥기(58)가 낮 공연(4시30분)을 끝내고 저녁 공연(7시30분)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흥기는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텔레비전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면서도 연극과 악극 무대에 정기적으로 오르는 탤런트. 그는 정확한 발음과 세밀한 연기력으로 젊은 연기자들에게 연기 스승 역할을 해왔다.


△ 연극배우출신 연기자들 실력 검증





영화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2004년 가장 기대를 모으는 영화 배우는 누구냐고. 남자는 송강호와 여자는 문소리라고 답했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지난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 ‘살인의 추억’과 ‘바람난 가족’의 주연을 맡아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소화를 해내 농익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인 ‘효자동 이발사’에서 부부로 나와 연기의 이중주를 들려줄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연극 배우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연극 무대에서 다진 연기력을 유감없이 스크린에 펼쳐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들이라는 것이다.

요즘 방송과 영화에서 활동 중인 연기자중 시청자나 관객에게 주목받는 연기자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연예 기획사의 치밀한 전략 하에 연예계에 데뷔해 몸짱, 얼짱 등 소위 얼굴과 몸으로 각광받는 ‘몸파’ 신세대 연기자들과 캐릭터의 능수능란한 체현과 개성 있는 연기 색깔 표출로 눈길을 끄는 연기파 탤런트나 배우이다.

요즘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드라마의 주제와 전개, 내용, 구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호평을 받는 KBS 월화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의 고두심 배종옥 주현과 MBC 일일 드라마 ‘귀여운 여인’의 권해효, 최다 흥행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실미도’의 설경구, ‘올드보이’의 최민식 등은 연기력이 출중한 연기파 배우로 이름높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극무대 출신이거나 정기적으로 무대에 서는 연기자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비해 텔레비전에서 인기를 얻어 스크린에 진출해 주연으로 나섰지만 어설픈 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소영(이중간첩), 김재원(내 사랑 싸가지) 김정화(그녀를 모르면 간첩) 등과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던 김희선 박한별(요조숙녀) 김태희, 최지우(천국의 계단), 손태영(백만송이 장미) 김남진(회전목마) 등은 이들과 대조를 이룬다. 영상 촬영 기술과 편집 기술이 발달하고 이미지 선호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연기력의 중요도는 예전과 다르게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연기력은 배우나 탤런트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다.



연기자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무대 연기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연기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관점이 널리 퍼져 있다. 심지어 영화나 브라운관에서만 활동하는 배우나 탤런트들조차 그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의 배후에는 배우가 등장 인물을 형상화하는데 있어 자신의 창조적 의도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무대이므로 무대야말로 배우의 매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며,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요즘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 중 무대(연극, 뮤지컬, 악극)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승범이 연극 ‘비언소’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 서태화가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에 출연했다. 차인표 역시 성극에서 예수로 나왔으며 다양한 빛깔의 연기력을 보이는 조재현은 1월 29일부터 연극 ‘에쿠우스’ 출연한다. 이 무대에는 특히 10년전 주연을 맡았던 김흥기가 출연, 더욱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촬영을 마친 유지태는 4월말 연극 ‘해일’에 나서 무대 연기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임신 8개월인 몸으로 7년 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한 탤런트 송채환은 첫사랑의 추억을 담은 연극 ‘오르골’에서 특유의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사극 ‘대장금’으로 예상치 못한 관심을 모은 한상궁역의 양미경도 악극 ‘미워?다시 한번’으로 연기생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 무대는 연기력 향상 계기

왜 이처럼 스타들이 무대에 서는 것일까. 물론 다양한 장르로 진출해 활동 영역을 확대하려는 스타들의 생각도 작용하지만 연기자로서의 가장 큰 덕목인 연기력에 대한 향상과 관객에 대한 직접적인 검증을 받고 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연극은 언어 표현, 동작, 자세 등 기본적 연기력을 증대시켜 자신의 연기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능력을 증대시켜 준다. 유사한 방식으로 억양, 자세, 걸음걸이, 그 외의 차이를 표시하는 여러 표지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한다. 연기하는 동안 자신이 배역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자신의 연기나 행동이 마치 원래 자신의 것인 양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데 가장 적합한 훈련의 마당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관객 앞에서 직접 공연을 한다는 연극 무대의 특성 또한 빠뜨릴 수 없다. 공연 지속 시간이 곧 공연 자체인데다, 편집 과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따라서 연극이라는 매체는 편집이 가능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더 지속적인 연기술의 훈련과 헌신을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관객의 평가가 배우 앞에서 가감 없이 전달되기도 한다. 이순재, 김혜자, 최종원 등 연기력을 높이 평가 받는 배우들은 바로 이러한 매력 때문에 오랜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들이 수반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 스타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자신들의 연기가 비판을 받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기만 있으면 그만이다라는 안이하고 근시안적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는 순간이며 오래가지 못한다. 연기자에게 장기간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연기력이다. 가수도 마찬가지다. 무대에는 서지 않고 방송에서 입만 CD에 맞춰 벙긋벙긋하는 립싱크 가수들은 당연히 가창력에 문제가 있고 그만큼 가수로서 경쟁력을 상실해 단명 하는 것이다.

연기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배역에도 자신을 맞출 수 있어야 하며 모든 행동을 믿을만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야한다. 이것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데에는 연극무대 만큼 좋은 곳이 없다. 올해는 많은 스타들이 무대에 서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대중문화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2-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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