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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동백나무
겨울 끝자락을 매단 핏빛 꽃망울



그렇게 봄이 그립다가도, 봄이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고 있는 겨울이 아쉽다. 동백나무 꽃송이들을 찾아 어울려 지내노라면 겨울은 어느 새, 봄 속에 있음을 느낄 터인데.

동백나무는 겨울 꽃일까? 봄을 알리는 봄 꽃일까? 이름에 겨울 동(冬)자를 붙였으니 겨울이기도 하고 대개는 이른 봄 꽃소식을 전하며 동백나무을 들먹이니 봄 일 듯도 싶다. 그러나 아주 따뜻한 남쪽의 섬지방, 동백나무의 제고장에 가보면 동백나무는 겨울 꽃이다. 그곳에서는 일월이면 벌써 동백꽃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동백나무는 상록성이며 잎이 넓은 활엽수이다. 크게 자라면 7m정도까지 자라는데 간혹 더 크게 자라 최고 18m까지 자란 나무도 있다 한다. 언제 보아도 싱그러운 잎새는 사시사철 윤기로 반질거리며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어 물결 치듯 보인다. 꽃은 가지 끝이나 잎 겨드랑이에 꽃자루도 없이 달린다. 다섯장의 꽃잎은 간혹 7장이 되기도 하고, 서로 조금씩 겹쳐져 아래 부분은 붙어 있다. 짙푸른 잎새에 붉은 꽃잎 그리고 샛노란 수술이 만들어 내는 색의 조화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동백나무의 아름다움이다. 여기에 오래되어 회갈색으로 매끈거리는 그 운치있는 수피라도 어울리면 동백나무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세상에 선보인다.

동백나무의 꽃은 자라는 곳에 따라 11월에 이미 꽃망울을 달고 있는 곳도 있고 해를 넘겨 3월 혹은 4월에 꽃이 피기도 한다. 동백나무는 열매도 보기 좋다. 녹색의 작은 방울 같던 열매가 갈색으로 익으면서 세 갈래로 벌어지고 그 속에는 잣처럼 생겼으나 조금 더 큰 종자가 드러난다.

이 동백나무 꽃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조매화라는 것이다. 조매화란 수분을 하는데 있어서 벌과 나비가 아니 새의 힘을 빌리는 꽃을 말한다. 크고 화려한 꽃이 많은 열대지방에서는 이러한 조매화를 간혹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동백나무가 유일 할 듯 하다. 동백나무의 꿀을 먹고 사는 이 새는 이름도 동박새이다. 동백나무에는 꿀이 많이 나므로 벌과 나비가 찾아 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곤충이 활동하기에 너무 이른 계절에 꽃이 피므로 녹색, 황금색, 흰색 깃털이 아름다운 작은 동박새가 주로 그 임무를 맞는다.

요즈음은 동백나무를 꽃을 보려고 키운다. 남쪽에선 정원에, 중부지방에서는 분에 담아 따듯한 곳에. 전 세계적으로 꽃의 색이나 꽃잎의 수나 크기에 따라 이미 수 백 가지의 원예품종이 있고, 한때는 이러한 동백나무꽃들이 인기였지만, 이제 다시 돌아가 이 나라 바닷가에 피고 그 단정하고 붉은 자생 동백이 다시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백나무는 종자에서 얻는 동백기름으로도 유명하다. 늦가을 동백나무 열매가 벌어지면 마을의 아낙들은 댕댕이덩굴을 엮어 만든 바구니를 끼고 씨를 주우러 간다. 동백기름은 맑은 노란색인데 변하지도 않고 굳지도 않고 날아가지고 않기 때문에 아주 좋다. 이 동백기름은 식용으로도 쓰는데 맛도 괜찮은 편이고 아주 정밀한 기계에 칠하면 마르지 않아 최고급이라고 한다. 물론 전기가 없던 시절 호롱불을 켜는데 쓰기도 했지만 뭐니뭐니 해도 동백기름은 아낙네들의 머리 기름으로 그 이름이 높다.

동백나무는 꽃을 약으로 쓴다. 생약명은 산다화이다.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불이나 혹은 볕에 말려 쓴다. 이밖에 나무의 재질도 치밀하여 얼레빗, 다식판, 장기쪽 등 여러 기구를 만들었고 잎을 태운 재는 자색을 내는 유약으로 중요하게 쓰였다고 한다.

동백꽃이 가지 끝에 겨울을 달고서 봄을 따라 북상한다.

입력시간 : 2004-02-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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