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한약과 간질환


일반인들이 한방병원에 와서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한약은 생약제이므로 양약보다는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든지, 또는 성분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몰라 간에 나쁠 것이라든지 일반인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물론 한약으로 사용되는 특정 약재들 중에 독성을 갖는 약재들이 있다. 이들 약재가 간독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독성을 가진 약재가 우리 몸을 치료 할 수도 있다.

고대 본초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도 약재를 3가지 그룹으로 나눠서 상품(上品)은 독이 없고, 많이 먹고 오래 먹어도 사람을 상하지 않게 하므로 몸을 가볍게 하고, 기(氣)를 기르며 연년익수(延年益壽) 하게 하며, 중품(中品)은 독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참작하여 사용하면 병을 조화롭게 하며 허약한 상태를 보하게 되며, 하품(下品)은 주로 병을 치료하는데 독이 있으므로 오래 복용하면 안된다고 하였다고 하여 약재들을 분류해 놓았다.

그런데 독이 없는 약재도 잘못 사용하면 인체에는 해를 끼칠 수 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의녀 수련 시절 약재 구분 시험에서 독이 있는 약재와 독이 없는 약재를 완벽하게 구분해 놓아서 낙제점수를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각각의 약재의 성미와 작용을 적어놓은 다른 의녀는 최고 점수를 받았다. 어떤 약재든지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게 되면 독이 된다는 것을 경고한 대목이었다.

대표적인 간독성 약재로 알려진 부자(附子)는 원기가 떨어지거나 근본이 되는 양기(陽氣)가 떨어졌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재이며 반하(半夏)도 담음(痰飮)을 없애는데는 필수적이다.

우리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가 간이다. 무게가 1,200~1,500g으로 성인 체중의 50분의 1에 해당한다. 한방에서는 인간의 혼(魂)을 담은 혈액을 간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눈, 근육, 손톱 등의 인체기관 뿐만 아니라 성냄과 같은 감정도 간과 관련 있다. 간은 우리 인체에서 장군의 역할을 맡고 있어 용감하며 판단을 하고 내부의 안정을 파괴하는 외부세력에 저항하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간은 당, 단백질, 지방, 비타민, 호르몬 등 생체의 필수성분을 대사시키며 영양소를 보관하고 노폐물이나 약물 등의 독소 물질의 대사, 해독작용을 한다. 따라서 간은 생체를 방어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간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사람들은 양약이나 한약을 복용할 경우 약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여 약에 의한 부작용이 증강될 수 있으며 해독기능을 넘어선 경우 당연히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간질환은 지방간, 간염에서 간경변증에 이르기까지 종류와 심한 정도가 다양하고, 증상도 전혀 없는 경우에서부터 심한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해서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는 거의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고 나타나는 증세는 피로와 전신 쇠약감 정도이다. 그냥 단순히 기운이 떨어졌거니 생각하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검진을 받아보길 권한다.

한약으로 간질환을 치료하기도 하는데 생간건비탕(生肝健脾湯)류의 처방을 사용한다. 이는 이뇨(利尿), 이담(利膽), 소화작용을 좋게 하여 간기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임상적으로 입증되었으며, 간기능 검사상 호전율이 약 70%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이 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모든 약도 마찬가지이므로 평소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알아서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경우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고, 필요한 경우 간기능 검사를 해보도록 하며, 남들이 몸에 좋다고 하는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르는 약재는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간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과음을 절제하고, 스트레스에 노출을 피하고 충분한 영양섭취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4-02-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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