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열풍에 온라인 '후끈'드라마 인물 등장시킨 인터넷 잡지 봇물, 귀여운 '비틀기'에 웃음 절로

"오나라 보너라" 패러디 향연
대장금 열풍에 온라인 '후끈'
드라마 인물 등장시킨 인터넷 잡지 봇물, 귀여운 '비틀기'에 웃음 절로


“ 궁녀 장금이 섹시하냐, 의녀 장금이 섹시하냐”, “ 충격 폭로 = A상궁 목욕재계 춘화, 승은 입을 땐 궁궐에 공개한다”….

MBC 인기 드라마 ‘ 대장금’의 등장 인물들이 털어놓는 궁궐 내 ‘ 속살’ 이야기를 담은 월간지가 네티즌을 매혹시키고 있다. 이 온라인 잡지의 제목은 ‘ 궁녀센스 2’. 부제는 한술 더 떠, ‘ 내시도 선택하는 고감도 궁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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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궁녀' 제작자 허승혁씨 인터뷰

드라마 ‘ 대장금’ 열풍과 함께 각종 ‘ 대장금’ 패러디물이 인터넷을 주름 잡는 가운데 이번에는 잡지 형식을 빌린 패러디물이 인기다. ‘ 궁녀 센스 2’를 비롯해 ‘ 월간 궁녀’, ‘ 월간 의녀’ 등 기발한 패러디 잡지가 눈길을 끈다. 최근 시청률 50%를 넘나 드는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에 발맞춰 패러디의 품격도 높아졌다. 열광적인 팬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스스로 작품과 관련한 콘텐츠를 재생산해 내며 패러디 문화의 향연을 벌인다. 합성 사진과 플래시 등 현란한 기법이 총동원된 인터넷 세대의 호화 잔치다.

‘ 대장금’ 가상 잡지물의 원조는 ‘ 월간 궁녀’. 승은을 입은 표지모델 연생이가 미소를 머금은 촉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패러디 잡지는 네이버나 다음 검색창 등에 ‘ 월간 궁녀’를 치면 즉각 150~200여 개의 블로그 등 각종 글이 뜰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1월 2일 ‘ 대장금’ 공식 팬클럽인 ‘ 애호대장금’(http://club.imbc.com/club/djankm/club.imbc.com/club/djankm/) 인터넷 게시판에 창간호가 올라온 이래, 2월 호까지 나왔다.

표지 하단에는 ‘ 한 냥 닷 푼’이란 정가가 선명하다. 네티즌들은 “ 정기 구독은 안 되나요”, “ 표지만 할 게 아니라 내용도 있는 ‘ 월간 궁녀’ 잡지 한번 만들어 보는 게 어때요?”라며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 월간 궁녀’에 쏟아진 이 같은 열띤 호응에 따라 극 중 장금이 의녀로 변신한 뒤엔 이를 본 딴 ‘ 월간 의녀’가 곧바로 출간된 데 이어, 표지에다 내용까지 삽입한 ‘ 궁녀센스 2’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월 7일 첫 선을 보인 ‘ 궁녀센스 2’는 이러한 ‘ 대장금’ 관련 잡지들 중 단연 압권이다. 기사 제목만 봐도 절묘한 아이디어로 무릎을 치게 한다. ‘의녀 신비ㆍ열이ㆍ은비에 대해 내시가 느끼는 아찔한 매력’, ‘ 윤영로 Y상궁 속살 파문 - “나는 결백하다” 눈물의 심경 고백’, ‘ 밀월 여행 정호 - 장금, 손잡고 나루터에 몰래 입성’ 등이 실제 출연자들을 연상시키면서 배꼽을 잡게 만든다. ‘몸통 종사관, 바닷가 몸통 모음집’ 같은 월간지의 단골 메뉴인 미남 스타 화보와 ‘ 궁녀를 위한 최고의 강좌, 민상궁 테크닉’ 등 애교스런 광고도 인기 만점.

창간이 조금 앞섰던 ' 월간 궁녀'나 ' 월간 의녀'와의 현격한 차이점은 마우스로 잡지 하단을 클릭하면 실제 잡지를 펼치듯 차례로 29쪽의 책장이 열리도록 띄워놓았다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민 표지 한 장만 덜렁 나와 있던 데서 세부 내용을 담아 내는 형태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 긴급 취재 - 이 사람이 궁금하다'는 부제 아래에 있는 ' 몸짱 종사관의 특별한 비법'이란 코너의 19~20쪽에는 "하루 50~100회 서 나인(장금)을 포옹하는 상상을 하면 온 신경이 집중되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는 비책이 공개된다.

이들 이미지와 문장은 이미 시청자와 독자에게 친숙한 ‘ 대장금’의 등장 인물들을 내세워 실제 현실 세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안들을 다시 한번 비틀어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 독수공방 중전마마 분통’이라는 제하의 12쪽을 보자. “ 최근 문정왕후의 자서전 ‘ 메밀총떡 한 접시’에 불만을 품은 중종이 후궁 침실에 연일 행차로 맞서자 문정황후는 이니셜 궁녀 폭로라는 초강경 자세를 보였다”는 문장이 있다. 얼마 전 자서전 형식의 소설을 통해 과거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연예인들의 이니셜을 나열해 세간에 화제를 뿌렸던 가수 B의 자서전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 민상궁-모두가 놀란 뇌쇄적인 속치마’란 제목의 기사도 흥미롭다. “ 가늘고 길게 살려고만 했던 인생에서 나의 소중하고 발랄한 모습을 간직하고 승은을 얻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 쓰고 다른 궁녀와 차별을 둔 ‘ 눈물에 젖은 속치마’ 춘화집에 임했다”는 민 상궁의 고백은 누드집 발간에 나선 연예인들의 기자 회견용 말투와 흡사하다. 부조리가 판을 치는 현실을 묘하게 되짚게 한다. ‘궁녀센스 2’를 제작한 네티즌 신연식 씨는 “표지만 나오는 패러디 잡지가 아쉬워서 일부 신문기사를 참조해서 내용까지 넣어 플래시로 잡지를 구성해 봤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현실과 가상 세계의 ‘상상’ 속 결합이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 MBC 드라마 ‘ 다모’ 때부터 두드러기 시작한 네티즌 참여를 신호로, 드라마 패러디 문화의 꽃이 피고 있다고 본다. 당시 네티즌들은 ‘ 다모’의 극 중 무대가 됐던 장소의 이름을 빌려 ‘ 한성좌포청신보’를 제작했고, 지난해 연말 SBS 드라마 ‘ 완전한 사랑’ 때는 ‘ 완사신문’ 등을 만들어 드라마에 대한 높은 애정을 과시했다. 인터넷 엠비시(iMBC.com)의 전략기획팀 김지수 씨는 “ 지난해 드라마 ‘다모’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네티즌을 위한 패러디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큰 붐이 일었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1월 20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 대장금’ 패러디 포스터 공모전에는 무려 300여 개의 작품이 올라 왔고, 공모전과 별도로 드라마 O.S.T와 촬영 장면을 엮은 ‘ 뮤직 비디오’ 등 수준 높은 작품이 들어 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평론가 김동식 씨는 이러한 최근의 진화된 ‘ 드라마 패러디’ 양상을 신세대의 문화적 특징으로 분석한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특정 유명인의 얼굴을 오리고 붙인 다음 몇 글자 바꾸는 것을 패러디의 전부인양 여겼지만, 근래 들어 단순한 ‘ 장난’ 차원을 넘어 진지한 문화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신세대의 건강한 애정 표현의 한 방식”이라며 “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보다 강한 동질감을 형성하는 그물코가 됐으면 하는 욕망이 녹아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장금 주제곡 정치 패러디로 인기
   
"바꿔라~바꿔라~다 바꿔라."

총선 정국을 맞아 ' 대장금'의 주제곡이 정치 풍자가로 패러디돼 정치관련 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민중가요그룹 '우리나라'(대표 강상구)가 부른 이 노래는 '2004 총선 물갈이 시민연대' 홈페이지(www.mulgari.co.kr) 를 비롯해 '다음'에서는 정치 관련 까페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 물갈이 노래'로 불리는 것으로 원작과 동일하게 민요풍이다.

' 잡아라 잡아라 다 잡아라/밝혀라 밝혀라 다 밝혀라' (1절), ' 바꿔라 바꿔라 다 바꿔라/부패한 정치인 다 바꿔라(2절)' 등 부패 정치인 축출을 강조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 이름없는 의병'이란 아이디를 쓰는 개사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 대장금' 패러디물 중 요즘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 주간 조정'. 이전까지 다른 소식들이 음식 및 궁녀들의 사생활에 초점을 뒀다면 ' 주간 조정'은 최 상궁 일파의 비리와 같은 정치적인 사안에 중점을 기울인다. 수라간에서 한 상궁과 최 상궁의 대립이 극에 달했을 때 주인공 장금을 강금실 법무장관에, 최고상궁이 되고도 최 상궁에게 이를 인정 받지 못하는 한 상궁은 노무현 대통령에 비유되기도 하는 등 정치적 호불호의 표현을 명확히 드러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2-18 15:28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