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근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세종기지에 심은 개척자의 꿈과 희망

[출판] 남극 탐험의 꿈
장순근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
세종기지에 심은 개척자의 꿈과 희망


지구의 가장 남쪽, 남극. 남극은 그저 펭귄과 바다표범이 사는, 빙산과 빙벽, 유빙, 끝없는 눈밭이 펼쳐진 아주 추운 곳일 뿐이었다. 지난해 12월8일 밤 비보가 날아들기 전 까지는.

그러나 그 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다리 건너고 또 건너면, 나하고도 어찌어찌해서 인연이 닿는 우리의 형제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극지 연구의 기틀을 세우고자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그들은 극지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쇄빙선 한 척 없이 고무보트로 거친 남빙양을 항해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무전 설비들도 없었다. 그런 그들이 조난 사고를 맞았다. 뒤늦게 정부가 호들갑을 떨고,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한 젊은 대원의 목숨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남극과 세종기지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 탐험인 ‘대한민국 남극 관측 탐험대’활동(1985년)때부터 우리나라 남극 탐험과 연구에 참여해 왔다. 또 세종기지 후보지 선정 작업과 건설 과정, 우리나라 남극 연구 활동을 체계화하는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해 왔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남극 탐험의 개척자이자 산 증인인 셈이다.

지은이는 20년 가까이 모아 온 관련 자료들을 분류하고 체계화했다. 먼저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발견자 디륵 게리츠에서부터 20세기 남극 탐험의 영웅인 어니스트 섀클턴까지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탐험사를 재구성했다. 그것을 통해 물개잡이와 고래잡이의 섬이었던 킹조지 섬이 남극 연구를 위한 국제적 전초기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세종기지의 건설 과정과 세종 기지 건설을 위해 땀흘렸던 수많은 연구자와 기술자들의 활동도 되살린다.

뿐 만 아니라 20년 가까이 찍어 온 수천장의 사진과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원들과 세종기지대원들이 제공한 수백장의 사진에서 300여장을 엄선, 남극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정확한 자료와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사진들로 가득찬 이 책은 그래서 세종기지의 역사를 담은 보고서인 동시에, 남극의 자연환경과 문물에 관한 체계적인 보고서이기도 하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4-02-18 15:44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