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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식 홍보전략, "나를 찢고, 발가벗겨야 뜬다"
연예인 성 상납 의혹제기 등 거짓 폭로전략으로 마케팅에 활용, 갈수록 자극적

배우가 죽었다는 자료가 언론사로 배달됐다. 신문, 잡지들은 일제히 한 여배우 죽음을 알렸다. 하지만 이내 그 배우 소속 영화사의 사장은 신문사에 연락을 해 배우의 사망 자료는 경쟁 영화사의 음모에서 나온 것이며, 배우가 출연할 영화가 곧 개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그 여배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여배우, 플로렌스 로렌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사건이었다. 이것은 바로 로렌스를 스카우트해 자사에 소속시킨 칼 렘믈 사장의 자작극 홍보마케팅이었다. 한 배우의 죽음마저 조작해 홍보를 한 것이었다. 1910년대 미국 할리우드 상황이다.




이정민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2003년 12월 한 스포츠지는 충격적인 내용을 한 사람의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이름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한 연예인의 충격적인 고백 형식으로 보도된 내용은 다름 아닌 국회의원의 성 상납 제의 의혹이었다. 성 상납을 알선한 사람은 전직 라디오국 국장이었다는 그럴싸한 내용을 첨가해서. 다른 스포츠지를 비롯한 방송의 일부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은 이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 스포츠지는 성 상납을 제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30~50대 김씨 성을 가진 의원이 7명이라는 정말 상세한(?) 내용까지 내보냈다.

이후 성 상납 의혹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문제가 예상외로 증폭되자 이상한 싸움이 일어났다. 충격고백의 형식을 취하며 성 상납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정민은 기획사가 조작한 내용이라는 기자회견을 하게 됐고, 기획사는 이정민이 한 말이라고 반박하는 추악한 폭로전이 전개됐다. 이 사건은 현재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알고 보니 곧 나올 이정민의 누드 사진을 겨냥,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려는 거짓 폭로의 홍보 전략이었던 것이다.

- 자해폭로형 홍보

지금 연예인의 홍보, 마케팅은 이처럼 막가고 있다. 열애설 같은 스캔들 조작이나 연예인의 과대 포장은 애교로 봐 줄 정도다. 요즘 행해지는 연예인 홍보 유형은 자해폭로형에서 충격ㆍ논란 상품형, 선행ㆍ 봉사 판매형, 신비주의형 등 다양해지고 있다.

함소원



앨범 출시를 앞두고 미국 슈퍼볼 경기장에서 공연 도중 오른쪽 유방을 드러내 충격과 논란을 홍보로 연결시키려던 자넷 잭슨처럼 충격과 논란을 통한 마케팅, 홍보 전략이 우리 연예계에도 급부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승연의 종군위안부 컨셉의 영상, 화보집 출간과 판매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이었다. 종군 위안부 문제를 성 상품화의 극단의 형태, 즉 누드 상품과 연결하려 한 것은 본격 판매에 앞서 논란을 야기시키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 한 의도가 있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승연 뿐만 아니다. 함소원은 현행법상 헤어 누드 공개가 불법인데도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헤어누드 강행 의지를 언급, 논란을 일부러 부추겼다. 연예인 누드 광풍의 진원지 역할을 한 성현아의 누드 사진 촬영 역시 이 같은 논란ㆍ충격 홍보형에 속한다. 마약복용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고 연예인으로서 생명에 치명상을 입은 성현아가 누드 사진 촬영으로 인해 다시 대중들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와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들어 터져 나오는 영화 감독이나 연출자 그리고 재벌, 정치가로부터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연예인 들 중에는 자해폭로형의 홍보 사례가 적지 않다. 자신의 이미지가 약간은 실추되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일시에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상납 의혹을 제기했던 연예인들은 언론을 통한 폭로만 했지 수사의뢰를 하지 않는다.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묵묵히 남 모르게 선행을 행하는 연예인이 많다. 하지만 이벤트성 봉사를 자신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홍보하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이들은 연예계 복귀나 재기에 성공하고 나면 곧 바로 봉사나 선행을 중단하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것이 바로 봉사 또는 선행 판매형 홍보 전략이다.

한 때 위력을 발휘했던 신비주의 전략도 종종 구사되고 있다. 가수의 데뷔나 연기자가 데뷔할 때, 아니면 새로운 앨범을 출시할 때 노래나 가수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붙여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다음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공개되면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근래 들어서는 신비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 열애설 등 스캔들 만들기는 고전

과거 인기가 추락하거나 대중들의 외면을 받은 연예인들이 대중의 관심을 다시 끌기 위해 종종 사용했던 것 중에는 열애설 등 스캔들 만들기가 대표적이었다. 이것은 이제 초보적인 홍보 전략으로 전락할 만큼 근래 들어서는 연예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은 극단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같은 연예인과 연예 기획사의 극단적 홍보와 마케팅 전략은 일부 대중매체의 지원을 받아 더욱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식과 도를 넘어선 연예인 홍보나 마케팅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선 목적을 위해 잘못된 수단과 방법을 정당화하는 연예계 분위기의 만연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연예인의 자질 하향화와 연예인 인식 악화를 불러온다. 연예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나 자질 그리고 실력보다는, 홍보, 마케팅의 전략에 의존하는 연예인들이 득세함으로서 연예계의 전반적인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것이다. 잘못된 홍보 전략으로 인해 역시 “딴따라는 어쩔 수 없어”라는 연예인 인식 악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제 자극성과 선정성을 바탕으로 한 한탕주의식 극단적 연예인 홍보나 마케팅 전략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중의 정서와 흐름, 기호의 정확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대중 선호 이미지의 창출 등을 통해 연예인이 대중들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전략 구사가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예계 전체가 사회적 지탄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2-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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