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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통영
동양의 나폴리는 동백꽃 풍류에 젖어
예술적 자부심이 곳곳에 밴 아름다운 항구도시


한려수도 뱃길의 시발점인 경남 통영은 아름다운 항구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고을이다. 사람들은 흔히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나 ‘한국의 시드니’라고 하는데, 이는 항구의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표현일 테지만, 각 방면의 예술가를 유독 많이 배출한 통영은 속으로도 꽉 찬 고을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일반에게 잘 알려진 청마(靑馬) 유치환 시인이 있다.




'동양의 나폴리'란 애칭을 갖고 있는 통영항 야경.
항구가 아름다운 도시 통영은 밤이 깊어 갈수록 더욱 찬란한 빛깔로 피어난다.



- 동백꽃 그늘에서 듣는 청마의 사랑시

봄이 성큼 다가선 듯 따사로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같은 계절엔 해풍 불어오는 통영항 언덕마다 붉은 동백꽃이 점점이 피어난다. 청마의 애절한 연애시는 역시 파도소리 들리는 동백꽃 그늘에서 읊어야 맛이 난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유치환의 시 ‘행복’ 중에서>

연인들의 통영 여행은 청마 유치환이 8살 연하의 시조시인 정운(丁芸) 이영도에게 사랑의 편지를 써서 보내던 청마거리의 통영우체국에서 시작한다. 통영항 중앙시장 뒷길의 통영우체국에서 세병관 사거리까지의 청마거리는 통영에서 청마의 체취가 가장 진하게 배어있는 곳이다.

정운은 문재와 미모를 고루 갖춘 여인이었다. 출가하여 딸 하나를 낳고 홀로 되어 해방되던 해 가을, 정운은 청마가 근무하는 통영여중 교사로 부임했다. 일제 말기 만주에서 방황하다 돌아온 서른 여덟 살 청마의 가슴 속에 정운은 밀물처럼 달려들었다. 학교 교무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얼굴이지만 안타까운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쓰고 시를 썼다. 그러나 유교 가풍이 엄한 집안에서 자란 정운은 바위처럼 끄덕도 하지 않았다. 청마가 60살이 되던 196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하기까지 20년 동안 정운에게 띄운 연서는 모두 5,000여 통. 이 편지들은 청마가 세상을 떠난 후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시인의 생가는 망일봉 기슭의 청마문학관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있던 골목 안 생가터엔 대리석 표석만이 쓸쓸하다. 이 자리가 번잡한 시내인데다가 새로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서라 하는데,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청마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공간을 살면서 같은 바다를 사랑하며 같이 술잔 들이키던 10여년 터울의 한 작곡가는 먼 이국에서 통영 앞바다를 그리워만 하다 끝내 그 파도소리 한번 듣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했다. 바로 서유럽 현대음악사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다. 통영의 웬만한 학교 교가는 윤이상이 작곡했고, 유치환이 작사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는 통영 출신들의 은근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 한 송이 야화로 피어나는 통영항

통영에서는 이 충무공의 흔적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명정동에 자리한 충렬사(忠烈祠ㆍ사적 제236호)는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고, 문화동에 있는 세병관(洗兵館ㆍ국보 제305호)은 삼도수군 통제영의 객사다. 경복궁의 경회루, 전라좌수영의 여수 진남관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목조건물로 이름이 높다. ‘세병(洗兵)’은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는 뜻으로 두보의 시에서 따왔다.

또 통영반도와 미륵도 사이의 해협인 ‘판데목’을 지하로 왕래하는 해저터널도 걸어보자. 임진왜란 때 이순신 수군에게 쫓긴 왜군들이 이 판데목에서 많이 죽어나갔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자기 선조들의 원혼이 떠도는 이곳을 밟지 못하게 터널을 뚫었다 한다. 또한 나중에 우리는 그 위에 충무교를 건설하였는데, 이는 왜군들의 원혼들을 밟고 다니기 위해서라 한다.

미륵도 남단인 산양읍 미남리에 자리한 달아공원은 다도해상국립공원 낙조 감상지로 유명求? 미륵도 해안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다 공원 입구 주차장에서 완만한 오솔길을 5분쯤 오르면 관해정(觀海亭)이 나온다. 근처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일품이다.

일몰을 감상하고 다시 통영항으로 나가면 낮과 다른 꽃으로 피어난 항구가 반긴다. 한려수도 삼백리의 동쪽 항구인 통영항 밤바다엔 어화(漁火)가 불 밝히고 통영운하를 오가는 선박들의 불빛도 길게 이어진다. 밤이 깊을수록 통영항은 더욱더 찬란한 빛깔로 피어난다. 문예회관이 있는 남망산 공원이 통영항 야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으로 꼽힌다.

통영의 별미 - '통영 복국'

통영의 복요리 식당들은 이른 아침 서호시장에서 싱싱한 복어를 구해와 당일에 요리해서 내놓는다. 복국은 복어 본래의 맛이 살아나도록 콩나물을 넣고 끓여 매우 시원하다. 복어는 간장해독이 뛰어나 숙취제거, 알코올중독 예방에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 서호시장 입구에 복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다복식당(055-645-8202), 수정식당(055-644-0396) 등은 식당도 넓고 깨끗한 편이라 외지인들이 많이 찾고, 분소식당(055-644-0495)은 통영 주민들이 즐겨 가는 곳이다. 복국은 7천원, 복수육은 4~5인분 5만원, 3~4인분이 3만원.

숙식 통영의 숙박시설은 무전동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그리고 통영항을 끼고 있는 중앙동, 항남동, 동호동 등 시내권에 많이 밀집해 있다. 그리고 항구 앞 중앙시장이나 서호시장에는 통영의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아주 많다.

교통 대전-통영간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에서 4시간30분~5시간쯤 걸린다. 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33번 국도→사천→고성→통영.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2-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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