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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김혜정 외과전문의


“외과 수술이 힘들다고요? 나는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는데….”



서울 대항병원 ‘여성치질 클리닉’ 과장을 맡고 있는 외과 전문의 김혜정(35))씨. 그는 “상담하고 진료하는 것보다 환부를 자르고 꿰매는 술기(術技)가 ‘체질적으로’ 더 재미있어서 외과를 지망했고, 대장항문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외과의 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과장이 대장항문 분야에 뛰어든 데는 보다 현실적이 이유가 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이랄까.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식생활 패턴의 변화 등으로 치질과 같은 항문질환이 급증하는데 반해, 이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치료 받을 수 있는 여성 전문의가 거의 없다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했단다.

이렇게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3년. 그는 요즘 다들 더럽다고 여기는 항문을 하루에도 많게는 수 십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일주일에 사흘은 치질 등 대장항문 질환 수술을 위해 직접 메스를 잡는다. 한달 평균 수술은 대략 60~70여건.

여성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남성도 더러 있어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남성 환자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어 내가 잘못 왔나’라면서 화들짝 놀라요. 그러면 남자 의사한테 가겠느냐고 물어보는데, 저한테 그냥 진료 받겠다는 경우가 많죠. 반면 일부 남성 환자는 여의사가 꼼꼼하다면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해요.” 특히 고환 부위까지 직접 만져봐야 하는 탈장 환자의 경우 멈칫하게 되면 환자가 더 불편해 하기 때문에 ‘능숙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 살포시 웃는다.

“어떤 보람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치질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가 ‘남편이 항문을 보고 참 예뻐졌다고 한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할 때가 많아요. 치질 수술은 항문 성형 수술인 셈이죠.” 김 과장은 “네 살바기 아들이 뭐라고 놀리는 줄 아세요. ‘똥코 박사’래요. 그리고는 씩 웃죠. 뭘 아는지”라는 말을 던지면서 수술실로 향했다.

입력시간 : 2004-02-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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