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검색어] 왕따동영상


폭력 없는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꿈에 불과한 것일까. 지난 한 주는 ‘왕따동영상’과 함께 우울함으로 점철된 주였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동영상은 네티즌들의 끊임없는 클릭으로 ‘인기 동영상’이라는 코너에 당당하게 자리를 틀어 급상승 인기 검색어 2위를 차지했다.

‘왕따동영상’에 대한 이상 열풍의 진원지는 창원 모 중학교의 3학년 교실. 한 학생이 조모(16)군을 같은 반 친구 5~6명과 함께 괴롭히는 장면을 폰카(휴대폰 카메라)로 담아 인터넷에 올린 것. 동영상의 제목도 ‘카메라를 피하는 방법.’ ‘비’의 히트곡 ‘태양을 피하는 방법’에서 따 그럴싸하게 붙였다.

걸린 지 일주일도 채 안돼, 8만여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동영상에는 조회 수만큼이나 많은 댓글이 뒤를 이었다. 댓글들은 조모군을 괴롭히고, 동영상을 제작해 올린 학생들은 물론, 이를 방관한 교사와 학교를 성토하는 등의 문제의식을 드러낸 글 일색이다.

예의 동영상 파문은 온라인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연일 ‘왕따 동영상’관련 학원의 폭력문제를 기사화 했고, 이에 관계 당국에서는 실사까지 벌였으며 학교장은 사표를 내야 했다. 특히, 동영상의 일부가 수업 중에 촬영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네티즌과 학부모들의 비판이 더욱 거세져 학교장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왕따동영상’파문이 확산되자, 동영상으로 생생한 현장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각종 게시판에서 ‘왕따 안 되는 법’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등의 움직임을 보기도 했다.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폭력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왕따’ 학생이 전학을 가더라도 인터넷 게시판이나, 메신저 등을 이용해서 피해 학생의 사진을 올려 놓고 새 학교 학생들에게 알리기까지 한다고 댓글들은 토해낸다. 이른바 ‘사이버왕따’, ‘릴레이 왕따’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밤거리보다 학교가 더 무서운 곳”이라고 할까. 우리 아이들이 폭력 없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그게 꿈이 아니길 바래본다.

인턴 기자


입력시간 : 2004-02-26 17:11


인턴 기자 ck7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