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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시장, 이유있는 추락
대중가요의 획일화와 함량미달가수 양산으로 성인 소비층 외면
온라인시대에 걸맞는 음악서비스 체제 구축 서둘러야


곤두박질 친다. 한때 연간 4,000억원 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하던 음반 판매가 절반 정도인 2,000억원대 이하로 추락하고 웬만한 톱가수면 100만장을 거뜬히 판매고를 올리던 것이 이제는 50만장 판매량을 기록하는 가수가 한 사람에 그치는 등 그야말로 음반 판매의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01년 ‘미안해요’를 발표해 137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김건모는 후속 앨범 ‘청첩장’을 2003년에 발표했으나 판매량은 52만장에 그쳤다. 이것이 지난 한해 최고 음반 판매를 기록한 수치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해 ‘100만장의 사나이’로 불렸던 조성모는 지난해 ‘가인’을 발표하고 수억원대의 뮤직비디오 제작, 엄청난 방송 활동 등 막대한 홍보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처참한 39만장에 그쳐 이수영의 ‘디스타임’의 43만장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텔레비전, 신문, 잡지에 종횡무진하며 사회적 신드롬 현상까지 낳고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신문사 주최의 각종 가요대상을 휩쓸었던 이효리의 ‘Ten minutes’는 고작 14만장에 불과했다. 최고 인기가수 치고는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음반 판매량이다.

연예 기획사와 음반 제작사, 가수들은 음반시장 침체의 원인을 이구동성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음악 시장의 급증과 무료로 운영되는 불법 음악 사이트의 기승, 그리고 장기화된 경기 불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앨범은 구식이 돼가고 있다(The album is obsolete)”는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의 언급처럼 인터넷 이용인구가 3,000만명 시대에 접어들고 모바일 상용화 등 주도 매체의 변화가 음반으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음악시장의 붕괴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음반시장의 30%를 점하는 미국이나 17%를 차지하는 일본의 경우 인터넷 등 온라인 음악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도 CD, DVD, 테이프 그리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용도 폐기된 LP까지 꾸준한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지금의 상황은 큰 대조를 이룬다.

- 댄스가요 편중, 방송도 일부가 독점

과연 대중 음악계 종사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온라인 음악시장의 급성장과 경기불황만이 음반시장 침체의 원인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가요계와 음악 내적인 문제 그리고 기획사 및 가수들의 행태와 인식들은 현재의 음반시장의 불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문화개혁연대회의 주최의 ‘한국대중음악상’ 신설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는 “한국 대중음악은 미드필더(허리)가 없고, 주류는 썩었으며, 비주류는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우리 가요계의 현실을 매몰차게 진단했다. 이 언급은 현재의 가요시장 침체의 한 원인을 엿보게 해준다.

현재 가요계의 가장 큰 문제는 대중가요의 획일화와 함량 미달 가수의 양산이다. 198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한 댄스가요 선풍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가요의 편중현상을 가져왔고 음반 구매층을 10대로 한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이로 인해 음악보다는 댄스에 초점을 맞춘 비주얼 가수들의 득세 현상을 초래했다.

현재 판매되는 음반은 댄스와 발라드가 70%이상을 차지한다. 록에서 컨트리 음악까지 균형 있게 음반이 판매되는 미국과 엔카에서 J-Pop까지 구매자의 손길이 닿는 일본에서의 음반 구매층이 1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된 것과 달리 우리의 음반수요 연령층을 보면 10대가 47%, 20대가 31%로 젊은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댄스 가요에 편중된 가요의 획일화는 결국 30대 이상의 성인 소비자들로 하여금 음반시장을 외면하게 만들었고 또한 차별화 없는 댄스가요의 확대재생산으로 인해 10~20대로 하여금 음반보다는 온라인의 음악 사이트를 찾게 만들었다. 대중음악 종사자들이 당장의 눈앞에 이익만 생각해 음반구매층을 확대시키지 못하고 10대위주의 음악에 한정시켜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 된 것이다.

그리고 댄스 가요의 선풍은 댄스위주의 아이돌 스타를 양산했고, 가창력 부재의 가수들이 넘쳐났다. 대중 음악인 스스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의 풍토를 만드는 바람에, 대중들로 하여금 음반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음반을 구입해 음악을 자주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가수들을 양산하지 못한 것이다. 음악 기획자들의 상당수가 “가수보다는 엔터테이너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역설하며 보다 많은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가수를 무대?세우는 것보다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에 진출시켜 가수의 존재의미를 상실시켰다.

- 대중들의 음악 선택 폭 넓혀줘야

지상파 방송에 절대 의존하는 가수들의 홍보 행태와 특정 기획사 소속 가수가 방송 출연을 독점하는 것 역시 음반 시장의 침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화연대가 2003년 3월부터 6월까지 방송 3사의 대표적인 가요 프로그램 출연 가수를 조사한 결과,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상위 10개 기획사 소속 가수들의 방송 출연 비율이 전체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지금도 여전한데, 이는 대중이 다양한 가수와 음악을 접할 기회를 봉쇄 당하고 꼴이다. 이와 비교해 일본은 아무리 스타 가수라 하더라도 한 방송사에서 신곡 방송 횟수를 1~2회로 엄격히 제한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 대중들의 음악 선택 폭을 확대시켜주고 있다.

“앨범에 한 두곡 밖에 좋은 노래가 없다. 그래서 앨범 사기가 아깝다”는 음반 소비자들의 불만은 음반 시장의 침체의 원인과 음반시장의 활성화의 답을 동시에 제시한다. 노래 한 두곡만을 듣기 위해 우리 소비자들은 1만원대의 CD음반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 한 두곡을 수록한 싱글 앨범 발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국처럼 싱글 앨범들이 나오고 이것을 모아 앨범으로 발표하는 음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싱글 앨범 발매를 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주권은 무시한 채 제작자를 비롯한 생산자만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이다. 또한 판매 일변도의 관행에서 벗어나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처럼 음반 역시 대여 점포의 신설 등도 적극 고려해 볼만 하다.

대중 음악인들은 현재의 끝없는 음반시장의 추락을 외부적 원인으로만 돌리지 말고 인터넷 등 온라인 시대에 걸맞은 음악 서비스 체제 구축과 함께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의 구태는 고치지 않고 소비자나 새로운 매체 환경만을 탓하는 것은 대중 음악의 침체만을 심화시킬 뿐이다. 이제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 없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3-0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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