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맛이 있는 집] 신사동 전주식당 게장백반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식사 할 때, 맛있는 것 혹은 맛있는 부위를 제일 먼저 먹는 사람과 남겨두었다가 맨 마지막에 먹는 사람이 있다. 각자의 습관이나 취향에 따라 다를 텐데, 필자의 경우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는 편이다. 물론 그때의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먼저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맨 끝에 가장 맛있는 것을 먹고 마무리하는 편이 기분이 좋다. 어쩌면 소심한 성격 탓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삶에 불편을 주는 습관은 아니므로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버릇에도 예외가 있는데 바로 간장게장을 먹을 때다. 게장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게딱지에 밥을 한 숟가락 가득 퍼담아 싹싹 비벼 먹는 것이다.

게장 먹으러 가면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옷을 걷어 부친다. 한 손으로 게 딱지를 단단히 잡고 있어야 모서리에 붙은 맛있는 것까지 고루 끄집어내어 비빌 수 있기 때문. 게장 먹을 때만큼은 얌전을 떨지 않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하긴,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떤 음식이든지 맛있는 것 앞에서는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것이 필자의 습관이라고들 하지만….

게장은 밥공기 뚜껑을 열었을 때 모락모락 김이 올라갈 정도로 따뜻할 때 먹는 것이 제격이다. 밥도 새로 해서 차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면 더욱 좋다. 게딱지 안에는 거무튀튀한 내장이며 누런 알 등 이상한 것들이 많은데 이것들이 바로 게딱지 맛의 비결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간장 국물을 조금 끼얹어 잘 비빈 다음 한 입 가득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간간하고, 입안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어디 비길 데가 없다.

또 하나 게딱지를 제일 먼저 먹는 이유는 입이 깔끔할 때 먹기 위함이다. 아무리 잘 담근 게장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음식과 섞어 먹다 보면 비리게 마련이다. 입에서 비린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맛이 급감하게 된다. 그러니 제일 먼저 먹는 것이 원래의 고소함과 맛을 확실하게 챙기는 방법인 셈이다.

△ 메뉴 : 간장게장 20,000원, 김치전골 10,000원(2인), 등심불고기 20,000원, 더덕구이 7,000원. 02-543-3321

△ 찾아가기 : 3호선 신사역 6번 출구. 한남대교 쪽으로 도로를 따라 직진 하다보면 남서울 웨딩홀이 나온다. 우회전해서 첫째 골목에서 다시 우회전, 낙원수퍼 지나 왼쪽 골목으로 꺾으면 왼편에 전주식당이 보인다.

신사역 일대는 사무실이 많고 그에 따라 식당도 밀집되어 있다. 이 중에 맛있는 집들이 몇 군데 소문나 있는데 그 중 간장게장으로 이름난 곳이 전주식당이다. 전주가 고향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허름한 작은 집에서 시작했다가 지금은 깔끔한 건물로 이사해 예전보다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간장게장. 짜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황태육수에 간장을 섞었다고 하는데 국물 맛이 은근하게 깊다. 뜨거운 밥에 게장 국물만 넣고 비벼 먹어도 맛있다.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보통 식사할 때 밥 한 공기를 다 먹지 못하는 편인데 게장 먹을 때면 늘 밥이 조금 부족한 듯 아쉬운 감이 있다. 게장을 남기는 게 아까워 한 공기 더 시켜 먹는 때가 열에 일곱은 된다. 다른 반찬에 손을 거의 대지 않는데도 그렇다.

간혹 게장을 짜게 한 식당들도 보게 되는데 간장게장은 진한 것보다 약간 간간한 것이 더 맛있다. 전주식당은 간이 딱 좋다. 보들보들한 속살에 꽉 찬 알까지.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넘어간다. 깔끔한 남도식 반찬들도 밥맛에 한 몫 한다. 믹서기에 한번 갈아준 듯 밥알이 없이 구수하고 진한 국물로만 된 숭늉도 이 집의 특징.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3-04 15:14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