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반장 같은 사람 어디 없나요?"로맨틱 코미디 서 웃음폭탄 날리며 열연

[현장속으로] '치과의사' 엄정화의 바람
"홍반장 같은 사람 어디 없나요?"
로맨틱 코미디 <홍반장>서 웃음폭탄 날리며 열연


‘섹시하고 당당한’이라는 말은, 엄정화에게는 언제나 그녀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형용사와 같다. 그런 엄정화도 개봉을 앞둔 자신의 출연작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하 홍반장)에 대한 반응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가슴 선이 깊게 파인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엄정화는, 섹시하기 보다는 티없이 맑아 보이는 환한 미소로 인사말을 건넸다.

“재밌으셨나요? 잘 보셨어야 할텐데… (웃음).”

최근 대한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린 엄정화 김주혁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홍반장’.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걸맞게 영화 상영 중간에 계속해서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웃음의 한 가운데에는 남녀 주인공인 괴짜 홍반장과 새침한 치과의사 윤혜진이 떡 버티고 있었다.

어느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온갖 잡스러운 일을 일당 오 만원에 척척 해내는 소위 ‘미스터리 사나이’ 홍두식(김주혁 분)의 상대인 윤혜진 역을 맡은 엄정화는, “제가 연기한 윤혜진은 굉장히 똑똑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지만 사실 약간의 허점도 있는, 그러니까 깐깐한 성격의 보통여자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그러면서도 참다운 사랑을 찾을 줄 아는 눈을 가진 그런 멋진 여자죠”라고 했다. 1992년 ‘결혼이야기’의 단연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으니 햇수로 벌써 13년째다. 그동안 가수로 더욱 이름을 날렸지만 그의 코믹 연기에는 10년의 풍상이 묻어 있었다. 사실 충무로 입문 4년 차인 김주혁에 비하면 근 10년 가까운 선배이기에 극중에서 연기의 호흡을 주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인 김주혁은?

“배우 엄정화 씨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요. ‘싱글즈’에 함께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함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홍반장’을 촬영하기 전부터 서로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입니다. 서로 마음 편하게 촬영하고,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엄정화씨요? 천성적으로 밝은 사람입니다. 제가 무슨 행동을 해도 맑고 깨끗하게 받아들이는 배우지요.”

엄정화는 이 말을 받아 “홍반장과 같은 매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수 더 떤다. 엄정화의 올해 나이 서른 넷(한국 나이로). 주변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온갖 압박에 시달릴 나이다.

그러나 엄정화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의외로 담담하다. 극중에서 능청스럽게 “결혼은 미친 짓이란다”는 대사로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데, 농담속에 뼈가 있단다. 바로 이 대사가 엄정화의 ‘애드립’이었던 것이다.

2002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 2003년 ‘싱글즈’에 이어 2004년 작 ‘홍반장’이 엄정화의 결혼 속내를 관통하는 영화라고 해도 ‘배우’ 엄정화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거대한 회오리를 뚫고 나가려는 웃음폭탄이기 때문이다. 개봉 3월12일.

입력시간 : 2004-03-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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