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고보면 웃기는 남자"코미디 연기에 본격 도전장, 거짓말이 만들어내는 상황극

[현장속으로] 영화 <라이어> 주진모
"나도 알고보면 웃기는 남자"
코미디 연기에 본격 도전장, 거짓말이 만들어내는 상황극


“아, 진짜 아파!”

양손으로 두 볼을 감싸 쥔 주진모의 엄살이 유난히 심하다. 방금 전, 주진모의 양쪽 볼을 동시에 올려 붙인 두 여주인공 송선미와 서영희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해 한다. 그러면서도 두 여배우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자꾸 터져 나온다. 사태 수습은 김경형 감독의 몫이다.

“카메라 각도 상 진짜로 때리지 않아도 되니까, 때리는 모션만 제대로 취해. 자 그럼 다시.”배우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고, 곧이어 김 감독의 사인과 함께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몇 초간의 정적. 그리고 다시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주진모가 몹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쓰러진다.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상황에 완전히 몰입해 가고 있는 상태. 이대로 간다면 곧 김 감독으로부터 OK 사인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난데없이 옆에서 플래쉬 불빛이 반짝하고 터진다.

“컷!” 김경형 감독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촬영 현장을 취재하러 왔던 어느 기자가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나오기도 전에 그만 성급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말았던 것. “한 번만 더 갑시다!”라는 김 감독의 주문에 배우들과 스텝들의 어깨가 이내 축 처지고 만다. 그리고 다시 따귀를 맞아야 하는 주진모의 입에서는 이런 푸념이 흘러 나온다. “아, 플래쉬~”

다시 한 번 촬영이 이루어진 다음, 드디어 김 감독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다. 그제서야 긴장을 푸는 배우들. 특히 주진모의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짙게 배어 나온다. 지난 3월 2일에 찾아간 양수리의 서울종합촬영소 제1세트장에서는 영화 <라이어>의 촬영이 이렇듯 한창이었다.

스크린 속에서 항상 선 굵은 연기를 통해 남성미를 과시해 왔던 주진모. 그가 이번에는 영화 <라이어>로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에 도전장을 냈다. 이 영화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얼짱’ 택시 기사 정만철(주진모 분)의 사소한 거짓말이 점차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간다는 일종의 상황극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지난 해 5백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던 김경형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작품인 <라이어>에 코믹 연기가 왠지 어색할 것 같은 주진모를 끌어 들이는 ‘모험’을 감행했다. 왜 그랬을까. 김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주진모를 캐스팅한 것이)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주진모라는 연기자의 이면에 감추어진 욕구를 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주진모의 그 욕구를 터뜨려서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 내 줄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요.”

“처음엔 코미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났었다”고 토로한 주진모 자신도, 본인이 맡은 캐릭터가 코믹한 인물이라기보다는 ‘단지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간’ 인물이라고 이해하게 되면서 비로소 촬영에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지금은 아주 재밌게 코믹 연기에 임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촬영의 막바지에 접어든 코미디 영화 <라이어>는, 오는 4월쯤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휘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3-11 15:26


이휘현 자유기고가 nosh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