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딱, 주머니에 딱… 맛도 보배네

[맛이 있는 집] 하남시 신장시장 '보배갈비'
입에 딱, 주머니에 딱… 맛도 보배네

없던 시절, 서민들의 외식 나들이는 으레 중국집이었다. 자장면 한 그릇이면 몸도 마음도 뿌듯했다. 아버지가 기분이 내켜 탕수육까지 주문하면, 그 기쁨이 일주일은 더 갔다.

삶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우리네 외식 메뉴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가족 외식하면 제일 먼저 고깃집을 떠올린다. 특히 아이들의 등쌀에 자유로운 가족들의 경우에는 외식 장소로 고깃집을 택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어느 틈에 자장면 못지않은 대중적인 메뉴가 된 것이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상업 지구가 아니라 주택가에도 한 집 건너 소갈비집, 돼지갈비집이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여기저기에 고깃집이 있다. 문제는 맛인데, 고깃집 숫자가 많은 만큼 맛도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자칫 고기가 아니라 가죽을 씹는 듯한, 맛 없는 집을 택했다가는 외식 나들이를 망칠 수도 있다.

하남시 신장시장 골목에 있는 ‘보배갈비’는 외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돼지갈비집이다. 한 번 이 집에 들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을 정도로 갈비맛이 독특하다. 입소문이 나면서 분당 구리 양평 등에서 발품을 팔아 찾아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보배갈비’의 맛의 비결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그 비결은 또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할 뿐이다.


메뉴: 돼지갈비 1인분 7,000원, 갈매기살 1인분 8,000원, 삼겹살 1인분 7,000원, 비빔냉면, 물냉면 4,000원 031-792-4817

찾아가는 길: 상일 IC에서 하남 방면으로 나와 신장초등학교까지 온 뒤 우회전하면 신장시장 가는 길이 나온다.

먼저 이 집의 돼지고기는 말 그대로 최상급이다. 20년 가까이 곤지암의 한 농장에서 암퇘지만을 받아다 쓴다. 그것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암퇘지들이다. 새끼를 낳은 암퇘지와 그렇지 않은 암퇘지는 고기 맛이 다르다는 게 이성란 사장의 설명. 두번째는 ‘보배갈비’만의 소스다. 사시사철 나오는 과일 3가지로 소스를 만드는데 이것이 고기를 연하게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다 소화를 돕는 독특한 약초뿌리도 소스를 만드는 데 긴요하게 쓰인다.(이성란 사장은 그 과일이, 그 약초가 무엇인지, 또 배합은 어떻게 하는지는 절대 비밀이라고 했다.) 흔히 하는 말로 “입에서 녹는다”는 느낌이 들더니 다 이런 까닭이 있었다.

양도 넉넉하게 내 준다. 대개의 고깃집에서 1인분을 시키면 200~250g을 내어놓지만, 이 집의 1인분은 300g이나 된다. ‘1인분’ 이라는 말 그대로 적당한 식성을 가진 성인 한 사람이 먹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반찬으로 나오는 간장 게장도 일품이다. 이 게장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다. 게 또한 한 곳에서만 받아 쓴다. 바다에서 잡자마자 급냉동, 완벽하게 살균 처리된 게다. 다른 집들과는 달리 달이지 않은 간장을 쓰는데, 여기에도 독특한 향을 내는 과일소스가 곁들여 진다.

배불리 갈비를 먹고 나면 후식으로 식혜가 나온다. 커다란 대접에 얼음을 둥둥 띄운 식혜 또한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것. 옛날 우리네 시골 할머니 솜씨에 못지않다.

한승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3-11 17:39


한승진 자유기고가 kukgi@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