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개를 품고 세상길을 떠난 詩仙

[출판] 영원한 대자연인 이백
기개를 품고 세상길을 떠난 詩仙

술을 좋아했다 하여 주성(酒聖)이었으며, 신선 같은 시를 썼다 하여 시선(詩仙)이라 불렸던 사람. 물 속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물 속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다는 전설의 주인공. 우리가 알고 있는 이백은 이처럼 낭만적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 존재한다. 몇몇 일화만이 이백을 신비한 존재로 만들어주고 있을 뿐 그의 개인적인 일생과 인간적인 면모는 불확실투성이다.

반평생을 오로지 이백 연구에만 몰두한 지은이는 이백의 일생을 엄밀한 사실에 기초해 재현하고 있다. 다만 지은이가 서문에서 “몇몇 대목과 세부는 문학적 허구를 운용했다”고 밝힌 것처럼 이 책은 학술적 전기라기 보다는 문학적 전기에 가깝다.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고 인물의 생애를 드러내어 역사의 진실에 부합시키기 위해서 이러한 허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은이에게 이백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던 한 인간이다. 그에게도 야속한 현실을 정면으로 되받는 욕망이 있었으며, 그의 유랑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신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은이는 그렇게 고된 유랑을 지속케 해 준 동인을 ‘세상을 다스리고자’했던 이백의 웅대한 기개와 포부에서 찾고 있다. 경국제세(經國濟世)를 향한 이상이 그의 유랑과 시작(詩作)의 궁극적 목표였던 것이다.

지은이는 이백을 나약한 지식인 혹은 인생에서 실패한 패배자로 묘사하지 않는다. 책 속의 이백은 관직을 구하기 위해 일생의 대부분을 유랑하지만, 그는 관직을 구걸하지도 또한 그것을 위해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지도 않는다. 지은이에게 이백은 “목이 말라도 도천(盜泉)의 물은 마시지 않고, 더워도 악목(惡木) 그늘에서는 쉬지않는” 한 마리의 맹호(猛虎)가 된다. 이백이 갈구하였던 관직이라는 것은 자신의 기개와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지, 결코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세속적인 욕구의 대상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책은 이백의 전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당(盛唐) 시대의 정치사이자 사회사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책 전반에 걸쳐 묘사한 환관, 외척, 그리고 귀족 등 당시 정치 권력들의 모습을 통해 현종 말기 당나라 혼란상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또 이백의 에피소드를 통해 귀족문화와 서민문화 등 당시의 사회상을 더불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3-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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