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당면, 감자… 제대로 된 안동찜닭

[맛이 있는 집] 신설동 닭수리 삼형제
푸짐한 당면, 감자… 제대로 된 안동찜닭

안동 찜닭이 어느 날 갑자기 붐을 일으켜 서울 시내 곳곳에 찜닭 전문점이 등장했다가 1~2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덕분에 안동 구시장 골목의 원조 찜닭집들만 떼돈을 벌었다. 유행을 쫓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찜닭 만들기 비법을 전수 받겠다고 너도나도 달려들었는데 노하우 제공 비용이 기백만원이나 했다니 떼돈이 아니고 무엇이랴.

유행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듯 반짝 인기를 끌다가 유행이 끝남과 동시에 어느 틈엔가 자취를 감췄다. 일찍 시작했거나 유달리 손맛이 좋은 경우 어느 정도 성공을 했겠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채 업종을 변경하거나 아예 식당의 꿈을 접기도 했다.

안동에서는 찜닭이 전국적으로 히트를 치던 때에도 더 늘거나 더 줄 것도 없이 예전부터 하던 집에서나 찜닭을 만들었다. 안동 찜닭의 원조는 안동 구시장의 통닭 골목이다. 여기에 대여섯 개의 통닭집이 있는데 어느 집이 원조랄 것도 없이 비슷한 시기에 생겨나 지금은 맛도 고만고만하다. 야채를 많이 넣는 집, 간장을 더 넣어 빛깔이 진한 집, 약간 단맛이 나는 집 등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특별하게 두드러진 곳 없이 대부분 평균 이상으로 맛있다.

재미있는 것은 안동에서는 찜닭을 배달시켜 먹는다는 점이다. 통닭집에서 양념통닭이나 프라이드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 가져가는 동안 당면이 불기 때문에 소요 시간을 따져서 조금 덜 익혀 넣는다고 한다.

필자의 고향이 안동인데 고향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찜닭을 먹곤 한다. 친구들과 의 약속을 아예 찜닭집으로 잡는 경우도 있고, 친구네 집에서 만날 경우에는 배달을 시키기도 한다. 찜닭을 먹지 못한 채 귀경하게 될 때는 항상 아쉬움이 남곤 했다.

서울에서도 안동 찜닭 전문점을 가보았지만 대부분은 실망했다. 다른 사람들이 괜찮다고 해도 원조의 맛을 아는 터라 만족스러운 경우는 대학로에 맨 처음 생긴 안동 찜닭집 외엔 없었다. 얼마 전에 신설동에 자리한 닭수리 삼형제라는 곳을 들르게 되었다.

얼핏 독수리 오형제를 떠올리게 만드는 재미있는 상호는 닭요리 세 가지를 선보이겠다는 뜻에서 지은 것이라고. 안동 찜닭을 큰 형으로 해서 둘째는 닭갈비, 셋째는 닭백숙이라고. 지금은 첫째와 둘째, 몇 가지 식사 메뉴만 하고 있고 셋째인 닭백숙은 4월부터 시작한단다.


■ 메뉴 : 안동찜닭 한 마리 15,000원, 반마리(2인분) 8,000원, 닭갈비(1인분) 5,000원, 황기닭곰탕 3,000원, 닭야채볶음밥 3,000원. 02-743-7959
■ 찾아가기 : 신설동역 11번 출구로 나와 직진. 육교 지나 김밥천국 옆 골목길로 접어들면 바로 오른편에 닭수리 삼형제가 있다.
찜닭을 주문하니 한 마리를 안동 찜닭 특유의 대형 접시에 내온다. 당면이며 감자, 고구마, 야채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것이 안동에서 먹던 것과 외형은 일단 비슷했다. 그 동안 가봤던 서울의 안동 찜닭집들은 닭고기만 보이고 바닥에 겨우 깔린 당면이며 감자는 숨바꼭질하고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양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안동 찜닭은 닭도 닭이지만 당면과 감자 때문에 먹는다고 해도 될 만큼 부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

청량고추를 넣어 매콤하면서도 개운한 양념, 딱 알맞게 익은 당면, 양념이 속속 배어 들어간 닭고기가 제대로 된 안동 찜닭 맛이다. 찜닭은 요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인데 기다리는 동안 먹을 수 있도록 금방 부쳐서 내온 부침개는 손님을 위한 속 깊은 배려다.

안동에서 먹던 것과 거의 흡사한 맛의 비결이 무언가 했더니 주방장이자 이 집 주인의 어머니가 안동 사람이란다.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난 것도 반갑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맛있는 안동 찜닭 집이 서울에도 있다는 것이 더 반갑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3-18 20:59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