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불임치료의 첫걸음


불임 부부가 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2년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아내의 연령을 기준으로 15세에서 39세 부부의 13.5%가 불임이다. 정상적인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한다면 1달 내에 10쌍 중 네 다섯 쌍은 임신을 하고, 1년 동안에는 10쌍 중 9쌍이 임신을 한다. 그러므로 의학적으로는 1년 간 장애 없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고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불임으로 정의한다. 별 문제 없이 아이를 낳은 적이 있으면서도 원하는 다음 아이가 잘 생기지 않는 경우도 불임에 해당된다.

불임의 가장 많은 원인은 여성에 있어서는 난자의 배출 통로인 나팔관이 막혔거나 수정난이 착상되는 토양인 자궁내막에 상처가 있는 경우이다. 나팔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난관이 막히는 이유는 대부분이 과거에 알게 모르게 앓았던 성병으로 인한 염증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성병의 주요 원인균인 클라미디어균 감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되지 않은 채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 클라미디어 균에 감염된 난관은 염증이 생기고 정상적인 구조가 망가지기 때문에 난자와 정자의 통과가 불가능해져 불임의 원인이 된다. 잦은 낙태수술로 인해 자궁내막에 생긴 상처도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불임을 일으킨다. 이 밖에 갑상선 질환이나 비만도 불임의 원인이 되며 때로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임신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불임검사는 반드시 부부가 같이 받는 것이 좋은데, 40-50%는 남편 쪽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는 정자의 수와 모양, 운동성이 떨어져서 수정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드물게 선천적으로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병 등의 이유로 정자가 배출되는 정관이 막힌 경우도 있다.

불임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불임의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호르몬 검사, 배란 진단 검사. 성교 후 검사, 자궁내막 검사, 난관 조영술, 정액 검사 등이 대표적인 불임검사이다. 특성상 생리주기를 맞추어서 실시해야 하는 검사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민망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불임시술의 대명사인 시험관 아기는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서 2-5일 동안 키운 다음 자궁 내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2000년도에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1만 5,619건이 실시되었고 30%에서 임신이 되었으며, 22%에서 건강한 아이가 탄생하였다. 정자를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미세조작술, 난자의 보호막인 투명대를 뚫어주는 보조부화술 등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기법들이 도입되면서 시험관 아기 시술의 성공률이 최근에 더욱 향상되고 있다. 불임치료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성의 연령이다. 남녀 모두 24세에서 최대가 된 임신능력은 이후 5년 경과할 때마다 임신에 필요한 기간이 2배로 길어진다. 특히 35세를 넘게 되면 임신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더불어 기형아 출산위험도 높아지며 불임 치료의 성공 가능성도 감소한다. 시험관 아기의 성공률도 30대 초반에는 50~60%, 30대 중반 30%, 40대 초반 20%로 급격히 떨어지고 40대 후반에 들어서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불임에 대한 치료는 가능한 부인의 나이가 30세를 넘으면 시작하는 것이 좋고 적어도 35세 이전에 실시되어야 한다.

나이와 함께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임신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불임의 10% 정도는 비만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체지방은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분비시키므로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배란과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따라서 임신을 어렵게 된다. 비만으로 인한 불임은 체중을 정상으로 감량시키면 치유될 수 있다. 여성 흡연도 임신 능력을 떨어뜨린다. 심리적인 요인도 임신 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의 정자수가 감소한다. 게다가 장기간의 불임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데다 불임시술의 실패는 경제적, 심리적으로 환자들을 더욱 괴롭힌다. 불임치료를 잠시 쉬거나 휴가기간 중에 혹은 심리치료를 받는 중에 임신이 되는 환자도 많다. 그러므로 가능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이 불임치료의 첫걸음이다.

입력시간 : 2004-03-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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