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검색어] 반장 선거


‘탄핵정국’의 복잡다단함을 연신 보도하느라 신문과 방송은 그 어느 때보다 여념이 없다. 보도하는 자들도 정신이 없고, 그들의 보도를 들여다보는 사람들도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이 법석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들만의 선거’로 분주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 곳은 다름 아닌 초중고 반장선거 현장. 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에서 반장선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시점이다. 급상승 인기 검색어 리스트에도 이를 반영, ‘반장선거’가 5위에 랭크 됐다.

우선 ‘반장선거’를 검색창에 입력을 하면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반장선거 연설문’을 찾는 글. ‘연설문을 대신 써 달라’, ‘유권자 사로잡는 연설문’ 등이 주를 이룬다. 2학기 반장선거와는 달리 1학기 선거는 유권자 개개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탓에 연설문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연설문을 찾는 것 외에도 ‘반장 선거를 재미있게 치르는 방법’ 등의 글들도 보여, 반장선거를 일종의 축제로 끌고 가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 같은 글 밑에는 ‘연설문’ 대신 다음과 같은 ‘전직’ 반장들의 조언들이 걸렸다. “우선 튀는 게 좋습니다”, “똑똑해 보이는 것보다 유머러스한 게 플러스” 등등. 그러나 비판의 글도 보인다. “연설문 하나 제대로 못 적으면서 반장을 어떻게 하나?” 또 “실내화를 들고 ‘이 실내화가 닳아 없어지도록 여러분을 위해 뛰어 다니겠습니다’”, “칠판에 놓인 분필을 똑 부러뜨리면서 ‘저도 똑 부러지는 반장이 되겠습니다’” 등의 액션을 가미한 연설문의 구절들도 기억에 가장 남는다면 한번 적용해 보길 권유하고 있다.

또 1학기 때는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를 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며, 한 학기 동안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자신의 장점을 많이 부각시켜 놓은 뒤, 2학기 선거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등의 정치공학적 분석과 조언을 하기도 한다. 기성 정치인을 보고 배운 것일까. 제대로 된 연설문을 위해서는 기백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얘기도 오간다. 대통령선거 연설문 얘기를 듣고 와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아마도.(순위제공 엠파스)

정민승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4-03-19 21:33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