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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나무의 가치와 역사의 흔적찾기
박상진 지음/김영사 펴냄


천년왕국 신라를 망하게 한 것은 숯이었다. 사람들이 숯을 대량소비하면서 경주 부근의 참나무는 빠르게 잘려나갔다. 나무가 없어진 민둥산은 가뭄을 불렀다. 민심은 흉흉해졌고, 나라의 기강은 흐트러졌다. 숯으로 밥을 지어 연기도 나지 않은 경주의 거리, 신라 말기의 호사스런 생활은 수십 년 뒤 궁예와 견훤에 의해 붕괴된다.



임진왜란 때 우리 해군은 왜적 앞에 당당했다. 지략과 용맹도 앞섰지만, 배의 전투능력이 훨씬 빼어났다. 우리 배는 주로 당파(撞破)라는 박치기 전법으로 적을 제압했다. 일본 배보다 단단했기 때문이다. 뱃몸은 주로 소나무로 만들었고, 앞부분은 진목(眞木), 즉 참나무를 썼다. 반면 일본 배는 삼나무나 편백나무로 만들었는데 이는 곧고 빨리 자라기는 하나 무르고 약하다. 그런 두 배가 박치기를 했으니….

이 책은 바로 이런 나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달나라에 있다고 믿는 계수나무는 과연 어떤 나무이고, 그런 기록은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금빛보다 찬란한 황칠의 역사는 어떠하며 그 황칠을 분비하는 황칠나무의 깊은 뜻은 무엇일까.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 나무들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유래는 어떠할까. 역사 속에서 버들과 관련된 주인공들의 삶은 어떠했으며, 왜 버들가지는 사랑과 이별의 소재로 등장할까.

책은 이런 재미있고 흥미로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역사 문헌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토대로 접근한다. 나무의 세포 형태를 공부하는 목재조직학이 전공인 지은이에게 나무는 역사의 비밀을 간직한 하드디스크다. 때로는 썩어서 형체 조차 보존하기 힘든 나무토막이지만 선조들의 역사를 읽고 문화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시공을 뛰어넘은 매개자인 것이다. 멀리 석장리 구석기 시대 사람들과 함께 있던 나무, 청동기 시대 살림터에서 나온 나무, 옛 배를 만드는 데 쓰인 나무, 글자가 새겨진 목판 등 고전과 역사자료 속에 나오는 나무들은 지은이에 의해 잃어버린 세월의 흔적을 되찾게 된다.

3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는 지은이가 나무문화재와 만나게 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2부에는 역사가 묻은 나무 이야기가 실려 있다. 3부에는 우리가 일생을 살며 경험하는 사람살이처럼 나무가 겪는 나무살이에 관한 이야기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입력시간 : 2004-03-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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