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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다른 개성… 혼혈 미인, 동서양의 매력을 한 몸에
김디에나·제니퍼 등 혼혈연예인, 넘치는 개성으로 인기 상종가

21C 한국의 연예계에 ‘혼혈 시대’가 열렸다.

17살 혼혈 소녀 김디에나는 최근 CF 한 편(LG 싸이언)의 출연으로, 네티즌으로부터 CF 모델 유망주 1위로 뽑혔다. 지난해 8월 개설된 팬 까페인 ‘아시안 러브 김디에나’의 회원 수는 현재 4만 3,000여 명. 하루 평균 30~40통의 출연 섭외와 인터뷰 섭외로 인기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김디에나 양 보고 첫 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디에나 양에게 들려 오는 안 좋은 말들에 상처 받지 말고요. 여자는 뭐 예쁘면 장땡이잖아요. 힘내세요”(ID 스티붕유). 기존의 선입견을 떨쳐 버리고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기 코드로 ‘혼혈’이 뜨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제2대 하리수’로 발탁돼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제니퍼 영 위스너(19ㆍ이하 제니퍼)는 처음부터 ‘혼혈’이라는 점을 전략으로 내걸고 인기몰이에 나섰다. 2001년 성적 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대변하는 인물로 하리수(이경은)를 발탁했던 TTM엔터테인먼트 김광 대표는 “한국의 배타적 순혈주의로 차별 받는 혼혈인을 대변할 2대 하리수로 제니퍼를 발탁했다”고 굳이 밝혔던 일을 생각하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 혈통주의에 맞선 계산된 도발



김디에나



이 같은 양상은 계산된 도발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연예계는 항상 참신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지만, 최근 뜨고 있는 혼혈 연예인들의 활약은 뿌리깊은 혈통주의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김디에나와 제니퍼는 둘 다 팔등신에 조각 같은 외모가 눈부신 미녀들이다. 한 눈에도 전통적인 한국인상과는 거리가 먼 외모를 지녔다. 하지만 그 덕에 “다르다는 것이 개성이자 매력”이라고 믿는 신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다.

17세 혼혈 소녀 디에나의 성공기를 보자.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디에나는 출생지는 미국 텍사스 주에서 성장기의 대부분을 보냈다. 2001년 7월 향수병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해 온 가족이 한국에 왔고, 지난해 SBS - TV ‘동물 농장’을 통해 ‘파충류 소녀’로 알려지기 시작한 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인형 같은 외모에, 뱀을 목에 감는 장면이 당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까닭이다.

3월 1일부터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어린이 영어교육방송 ‘키즈 톡톡’ 채널의 ‘디에나의 헬로 파닉스’ MC로 나섰고, 4월 방영되는 SBS 일일극 ‘봄날은 온다’에도 캐스팅 됐다. LG 싸이언에 이어 의류 브랜드 ‘우들스’, 화장품 LG ‘헤르시나’에발탁돼 주가를 올리고 있고, 가수 데뷔도 준비 중이다.

“서구 문화에 익숙한 요즘 신세대에게 혼혈인은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입니다. 예쁜 외모, 혹은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얼짱’으로 불리며 사랑 받고 있죠.” 디에나의 매니저인 장규수 씨가 그녀의 인기 비결에 대해 말한다.

제니퍼는 또 어떤가. 올해 연세대 사회학부에 입학한 그녀는 역시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 미군 군속인 백인 아버지를 둔 혼혈 유망주. 5월 첫 싱글 앨범을 발매하고 가수로 데뷔 예정이나 벌써부터 유명세다. 현재 두산타워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비롯해 4월부터는 아리랑 TV ‘Showbiz Extra’의 MC로 나설 예정이다. TTM 김광 대표는 “빼어난 외모와 유창한 영어 실력 등을 고루 갖춘 제니퍼는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 진출도 시간 문제인 기대주”라며 입에 침이 마르지 않는다.

이유진



이들 두 사람은 그 동안 네거티브 요인으로 여겨졌던 혼혈이란 특성을 오히려 강점으로 내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외국인이 아니라 혼혈인”이라며 혈통을 강조할 정도로 한국인의 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 "외국인이 아니라 혼혈인" 당당함

그러나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유진의 경우는 이들과는 약간 다르다. 내면 구조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유진은 ‘전통적 혼혈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1998년 슈퍼엘리트 모델 선발대회에서 본상에 입상해 연예계 데뷔한 그녀는 실제로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혼혈 의혹을 부인해 왔었다. 그러다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지난해 5월 기자회견을 열어 혼혈 고백을 했던 것.

이 같은 눈물의 고백은 무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덕분에 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각종 단막극과 쇼오락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전보다 오히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6월 개봉 예정인 박제현 감독의 ‘내 남자의 로맨스’로 스크린에도 데뷔한다. 한동안 혼혈인임을 감춘 데 대해서 이유진은 “혼혈인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활동하는 데 불편할 테니 일단 처음에만 사실을 숨기자는 뜻으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진의 말처럼 혼혈은 그 동안 우리 연예계에서 환영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과거 유주용, 샌디 김, 윤수일, 박일준, 인순이 등 타고난 끼와 음악적 재능으로 가수 활동으로 이름을 얻은 이들은 눈물과 애환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혼혈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이들은 이래저래 색안경을 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군다나 배우로서 자리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기자로 나설 경우,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자의적 이유로 발탁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니퍼



심리학자인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사람들은 낯선 대상에 일차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속성과 다른 것은 곧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배타성이 문제”라며 “이러한 집단의 정통적 신념이 약화되었을 때 비로소 내부에서 다양성을 논의하고 수용하는 분위기가 싹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세계적으로 혼혈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다는 일본에서조차 이미 10년 전부터 혼혈 연예인들이 각광 받기 시작했다”며 “이제 한국인도 순수 혈통에 대한 강박증을 벗어 버리고, 대신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게 됐다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백인우월주의 양상" 지적도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혼혈 연예인이 떠 오르는 현상에는 양면성이 착잡하게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과연 우리사회가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을 어느 정도 완화했는 지를 생각해 보았느냐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동식 씨는 “백인에 대한 동경이 반영된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한국인은 유색 인종이면서도 동남아의 다른 유색 인종이나 흑인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적으로 미국의 식민 상태에 놓여 있으면서 우리를 백인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 증거로 그는 “요즘 인기를 얻는 혼혈 연예인들이 하나같이 백인 혼혈”이라는 점을 꼽는다. 동시에 김 씨는 “한국인의 집단무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자리잡은 백인우월주의나 유색인종 차별주의가 그 같은 양상으로 교묘하게 외화(外化)되지나 않았는지의 여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주의를 요청했다.

한때 유행어 중에 “천한 것들, 나가 있어”(KBS ‘개그콘서트’ 중 임혁필의 유행어)라는 말이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고귀한 혈통을 강조하는 말이 이제는 우스갯 거리의 도구다. 순수한 핏줄에 대한 신념이 도전 받고 있는 현재, ‘인종 모호성’이란 개념이 글로벌리즘이란 시대적 흐름에 화답하듯 새로운 키워드로 도래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3-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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