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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자고
꽃잎 가득 따사로운 봄볕을 머금고…

이른 봄, 산길을 걷다가 간혹 만나게되는 고운 꽃이 있다. 분녹색이 도는 긴 잎새 사이로 어린 아이 주먹만하게 피어나는 흰 꽃은 정말 곱디 곱다.





산자고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이웃하는 일본, 중국 등에도 분포한다. 아주 깊은 산골은 아니고 비교적 숲이 발달하여 비옥한 가장자리의 숲, 혹은 그와 연이은 들판에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곳이 바로 산자고가 사는 장소이다.

봄꽃들이 그러하듯 키가 작아 허리를 굽혀 들여다보면 어찌 그리 연약한 줄기에 큰 꽃을 얹고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연하고 휘기 쉬운, 열심히 자라봐야 한 뼘을 넘지 못하는 꽃자루 위에 여섯 장의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배열되고, 꽃잎에는 가느다란 보라색 줄이 나있고, 그 속의 샛노란 수술이 두드러지게 보여 참 곱다.

산에 가면 산자고의 가느다란 잎새는 참 많이 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꽃도 없이 잎만 많이 솟아난 이 식물의 정체를 궁금해 하곤 한다. 햇볕이 적절히 들기 전에는 좀처럼 꽃을 내놓지 않는다. 이 산자고의 잎은 보통 뿌리에서 선형의 길쭉한 잎이 2장씩 달린다. 보통 한 뼘 정도의 잎이 달리지만 길게는 한자까지 되는 것들도 있다. 여름이 되면서 익는 열매는 절로 벌어지는 삭과이다. 땅속으로 파들어 가면 타원형의 땅속 비늘줄기를 만나게 되는데 이 땅속줄기가 매우 유용하다. 땅속줄기 조각에는 갈색 털이 많고 그 밑에는 수염뿌리가 많이 나 있다.

산자고는 일부 지방에서 ‘물구’, ‘무릇’, ‘까치무릇’ 등으로 흔히 불린다. 학명에서 속명 튜리파(Tulipa)는 꽃의 모양이 두건을 닮아 이를 뜻하는 페르시아의 고어 tulipan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종소명 에듈리스(edulis)는 먹을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이 식물이 식용으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땅속줄기가 유용하다고 앞에서 말했는데 약으로 또는 식용으로 이용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약으로는 보통 캐어낸 비늘줄기를 캐어 씻고 햇볕에 말렸다가 사용하는데 생약이름은 광자고(光慈姑)라고 하며 콜히친(Colchicine) 등 여러 알카로이드(alkaloid) 전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피멍이나 어혈을 풀어주고 종기를 가시게 하는 효능이 있어 목이 부었거나 관절이 붓고 아플 때 등 여러 증상의 치료약으로 쓴다고 한다.

식용으로는 일본에서 특히 잘 이용하는데 비늘줄기에 자양강장의 효과가 있다 하여 술을 담궈 자기 전에 마신다. 인후통에는 달여서 차게 마시기도 하며 이를 이용한 요리법에는 비늘줄기(인경)의 껍질을 벗겨 된장에 넣어 장아찌를 만들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고 조리거나 기름을 발라 구어 먹기도 한단다.

봄 산에 가서 산자고를 만나고 이내 밝아지는 마음을 느끼는 걸 보면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치유력이 대단하다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4-03-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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