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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마지막 늑대
무위도식 꿈 꾸다 '일벼락' 맞다
느림과 평온이 주는 현실과의 괴리에서 역설적 의미 찾기


‘범죄 없는 마을과의 한판 전쟁’이라는 <마지막 늑대>의 카피는 작년 말에 전국적으로 개봉되었던 <깝스>를 연상시킨다. 폐쇄 위기에 놓인 경찰서를 사수하기 위해 벌이는 경찰들의 몸부림이라는 기본 설정은 <깝스>와 동일하기 때문에 <마지막 늑대>가 왜 그런 유사한 설정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각기 개성이 넘치는 1명의 여성과 3명의 남성 경찰들의 코미디와 <마지막 늑대>는 시작부터 너무도 달랐다.

구자홍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그렇다고 코미디가 아니거나 캐릭터의 다양성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스웨덴의 경찰들이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모방하며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상상을 꿈꾸는 것과 다르게 <마지막 늑대>는 현실에 바탕을 둔 코미디를 지향한다. 따라서 영화는 단순히 폐쇄 직전의 파출소에서 출발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 일하지 않으려는 최형사와 일이 미치게 하고 싶은 고순경





목숨을 걸고 살인 용의자를 쫓던 최 형사(양동근)는 한 겨울 공사장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된다. 다시 문이 열리기 전까지 3일이라는 시간은 살아온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고, 최 형사는 엘리베이터 벽에 붙어 있는 신문의 사진에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강원도 산골 무위마을(실제는 정선)의 풍경사진은 특진이나 성과에 미친 듯이 매달리는 자신의 현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닫게 해준 것이다. 최 형사는 그 마을의 경찰서로 지원, 무위도식의 꿈을 실현시킨다. 돗자리를 갖고 다니다가 숲 속에서 낮잠을 자거나 ‘꼼짝마’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전화 퀴즈에 참여한다. 급박했던 초반의 리듬과 달리 지나다니는 자동차도 거의 없는 이 마을에서 최 형사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다친 늑대를 보살펴주고 자연을 학습한다.

반면 그 경찰서에는 서른이 넘어 꿈에 그리던 경찰이 됐건만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몸바쳐 일하기 보다는 남아도는 힘으로 밭을 갈거나 경찰서에 앉아 “심심해”라고 외쳐대는 단순하고 순진한 고 순경(황정민)이 있다. 이들의 상반된 성격은 코미디의 요소가 되고 예측 가능하듯이 갈등, 대결, 화해, 화합의 과정을 거친다.

- 경찰서 폐쇄를 막기 위해서는 범법자를 초대해야

고 순경은 애인 두미가 레커차 사업자인 광수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침울하던 때, 경찰서를 폐쇄하고 모두 서울로 전출된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기뻐하지만 최 형사는 이제 겨우 시작한 평안한 삶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대부분의 코믹한 대사나 사건은 이때부터 줄을 잇는다. 최 형사는 무사고 무범죄의 마을에 사고가 발생하도록(이는 경찰서의 폐쇄를 막기 위한 것이다.) 갖은 궁리를 다 짜내지만 순박하고 정이 많은 마을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이 무릉도원은 그의 의도를 번번이 빗나간다.

최 형사의 노력은 무모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고 순경의 억지스럽고 과장된 행동들은 빠른 속도로 웃음을 제공한다. 최 형사의 진심을 알게 된 고순경은 경운기나 소 달구지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화투 놀이를 하는 아저씨들이 도박판을 벌렸다고 경찰서로 연행한다. 법이 필요 없는 마을에서 범법자를 발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기에 이들은 범죄자를 마을로 불러들이기로 작전을 세운다.

5백 년의 역사가 있는 무위사라는 절에 국보급 보물이 있으니 절도 전문가들 귀에 들어가도록 일부러 퍼트려달라고 서울 경찰 친구들에게 부탁까지 한다. 하지만 절도범들과의 대결이 이들, 특히 최 형사의 목적을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최 형사가 숲 속에서 하나(멸종됐다고 알려진 늑대), 둘(고구려 시대 귀걸이) 발견한 것들이 현대 사회와 분리된 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마을의 풍경을 파괴시킬 지도 모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 슬로우 템포, 여유와 느긋함을 즐겨보기



<마지막 늑대>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웃음이 속사포처럼 터지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구조는 엘리베이터에 최 형사가 갇힐 때부터 느슨하게 진행된다. 그렇기에 리듬과 템포가 빠른 영화들에 익숙해 있는 관객들에게 느림의 형식이 지루함이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무위도식을 꿈꾸는 경찰관이 사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는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불활㉯?떼뵉構?있는 현실과 괴리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역설적인 이야기가 현대 사회를 반추할 수 있는 코미디가 작동하게 만드는 지점이 되고 있다. 일하지 않기 위해서 사건을 꾸미지만 더 엄청난 일을 가져다 주게 된다는 역설은 노동을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로 그려진다. 멸종된 늑대의 출현 사실은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부동산 투기 조직, 관광객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최 형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다.

영화의 각본도 직접 쓴 구 감독이 <마지막 늑대>에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처음부터 분명해 보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살아야 되는지를 질문하게 만드는 것과 심심하지만 여유로운 삶, 부유하지 않지만 풍요로운 삶,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사는 무위마을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위마을 사람들이 최 형사처럼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사는 것은 아니기에 오히려 놀고 먹으려는 그에게 더 많은 일들이 주어 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시네마 단신
  
<청연> 여주인공에 장진영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영화 <청연>의 캐스팅이 마무리됐다.주인공 경원 역에는 장진영, 경원에게 사랑을 베푸는 지혁과 일본 여비행사 기베 역으로 김주혁과 유민이, <대장금>의 의녀 ‘신비’로 얼굴이 알려진 한지민이 경원의 비행학교 후배로 캐스팅됐다.

원빈·김효진, 촬영감독이 뽑은 최고신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원빈과 <천년호>의 김효진이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신인배우로 뽑혔다. 촬영상 금상은 <와일드 카드>의 변희성 촬영감독에게 돌아갔으며 은상은 <나비>의 최지열 촬영감독이, 동상은 <실미도>의 김성복 촬영감독이 각각 차지했다. 양동근(<와일드카드>)과 김선아(<위대한 유산>)는 인기남녀배우상의 영예를 차지했으며 <위대한 유산>의 오상훈 감독이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채윤정 영화평론가 blauth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3-3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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