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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세계] 진땀나는 '왕' 모시기


TV홈쇼핑 채널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로 콜센터를 꼽고 싶다. 콜센터의 상담원들은 주문 전화를 거는 고객과 만나는 최전방 접점에 있기 때문에 방송을 하는 쇼호스트 못지않게 회사의 이미지로 보나, 역할로 보나, 대단히 중요하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들은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돌아가면서 근무를 한다. 하루에 처리하는 전화 건수도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각양각색의 고객과 씨름(?)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불만 전화는 제조업체보다는 TV홈쇼핑 콜센터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콜센터는 고객의 주문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엄청난 욕을 먹고, 맛있게 욕을 먹은 후에 또 고객의 불만을 해결해 주는 곳이기도 한다.

필자도 직무체험의 일종으로 콜센터에서 앉아 고객과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단 4통화하고는 녹초가 된 기억이 새롭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점심을 먹고 4분의 고객과 통화했는데 모두 끝나고 나니 5시였다. 물론 주문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배송 받은 제품에 대한 불만 고객과의 통화였기 때문에 상담이 길어졌겠지만 각 TV홈쇼핑 회사의 상담원들은 이런 고통스런 전화 통화를 매일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한다.

그 날 필자가 받은 불만 사항 중에 에어컨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대구에 사시는 어느 주부가 에어컨을 주문했다. 배송기사가 설치를 위해 집에 갔더니 주부는 없고 그 남편이 집에 있었다. 배송기사는 집 구조를 둘러보고는 환풍기 설치를 위해 거실 벽에 구멍을 낸 후 베란다 유리를 뜯어 낸 후 설치를 했고, 분명 집에 있는 남편의 허락을 받은 후에 친절하게 작업을 마치고 돌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부터…. 외출에서 돌아온 주부는 베란다 유리를 뜯어내고 그 사이에 들어간 환풍기를 보고 바로 항의 전화를 했다. 주부의 말로는 다른 집은 다 옥상에 설치했는데 왜 우리집만 보기 흉하게 유리를 뜯어내고 환풍기를 설치 했느냐는 항의였다. 그러고는 ‘보기 싫으니 당장 환불을 하라’며 거친 숨소리가 섞인 말투로 험한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일단 성격 급한 주부와의 전화를 끊고 배송기사와 통화를 했는데, 설치 당시에는 라인을 옥상까지 빼면 설치비가 더 들어간다고 하니까 남편이 그러면 베란다에 설치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재차 확인을 하고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남편은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남편은 부인과 상의 없이 그냥 환풍기 설치를 보고 있었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았던 부인이 불같이 화를 내자 모른 척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다그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나는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 왜 고객은 왕이니까…. 그리고 반품은 불가능하지만 꼭 반품을 하시려면 설치비를 반납하셔야 된다고 말하니 이번엔 ‘왜 내가 그걸 내야 하냐’며 격한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나에게 마~악 뭐하고 하는 거였다. 속으로는 ‘내가 어제 꿈자리가 좋지 않았나 보다’ 체념하고 거친 목소리를 다 들어준 후에 ‘나중에 또 전화드리겠습니다’며 뒷처리를 전문 상담원에게 넘겼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두 시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정도 불만 전화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무조건 콜센터에 와서 지금 당장 사장을 불러오라는 다그치는 저돌적인 고객 때문에 당직 매니저가 새벽 4시까지 함께 술을 마신 후에 술 취한 틈을 타 용서를 받아내고 돌려 보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심야 시간대 속옷 방송을 하면 상담원에게 음담패설을 하는 괘씸한 고객도 있다고 한다.

‘고객은 왕’이기 때문에 사소한 불만이라도 다 들어줄 수 있는 상담원들이라 할지라도 고객께서 알아두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콜센터에는 하루에 몇 만건의 전화가 오지만 이 전화가 모두 녹취되고 기록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합당한 이유가 있는 불만 사항이라면 모를까 앞 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나 엉뚱한 상상력으로 상담원에게 장난을 친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유의하시길!



문석현 CJ홈쇼핑 쇼핑호스트 moonanna@cj.net


입력시간 : 2004-04-0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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