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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영화 <마지막 늑대> 시사회
"늑대의 의미… 감독도 모르는데"
매력남 양동근의 어눌한 말투에 계속되는 '폭소의 시사회장'


야무진 듯 하면서도, 어찌 보면 어눌해 보이는 느낌. 배우이면서 가수인 양동근의 묘한 매력은 모순과도 같은, 이 어긋나는 느낌들이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것이 아닐까.



3월22일 오후 2시 서울극장 1관에서 진행된 영화 <마지막 늑대>의 시사회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큰 그림으로 투사되는 양동근의 이미지는 영락없는 야무진 청년이었다. 허나, 영화 상영이 끝나고 기자들과 맞닥뜨린 양동근의 이미지는 또한 영락없이 어눌한 느낌의 악동 같았다.

제목에 들어 있는 ‘늑대’라는 동물이 이 영화에서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양동근에게 던져졌다.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양동근이 말문을 열었다. “어, 늑대는 야생동물이잖아요. 그 (동물의) 습성이 자기 구역을 지키고 그러는 건데, 음… 그런 것 보다… 늑대의 의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잡은 것일까? 참석자들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그렇다고 술술 풀려나가지도 않는 양동근의 말을 듣고, 그 요지를 파악하는라 적잖이 머리를 굴려야 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옆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한 눈치였다.

그 때쯤, 양동근은 주연한 ‘바람의 파이터’처럼 참석자들의 허를 찔렀다. “감독님도 모르는데 저라고 어떻게 알겠습니까!(웃음)”. 모두들 어이없어 하면서도 양동근의 천진해 보이는 웃음에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양동근의 위기관리능력은 탁월한 듯 했다.

“영화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이 떨어졌다. 상대역인 황정민의 또박또박하고 조리 있는 답변이 끝나고(꽤 진진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양동근의 답변은 또 ‘걸작’이었다. “영화 찍을 때는 별로 힘든 것이 없었고… 음… 영화 찍고 나서 이렇게 기자회견장에 나와 말하는 것이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다시 폭소가 터졌다.

“황정민과 함께 연기한 소감이 어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양동근의 썰렁한 말이 또 이어졌다. “어땠을 것 같은데요?”

계속되는 ‘폭소의 기자회견’ 풍경. 그렇다고 양동근이 시종일관 장난꾸러기 같았던 것은 아니다. 썰렁했던 답변에 뒤이어 양동근은 좀 전의 말투와는 달리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설(?)을 풀었다.

“처음에 황정민씨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 굉장히 편하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죠. 황정민씨가 출연했던 영화 <로드 무비>에서 화장실 신 있잖아요. 그거 보면서, ‘저 사람은 연기에 미친 사람이다’ 싶었죠. 아니나 다를까 촬영할 때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잘하고요.(웃음)”

신인 감독 구자홍이 연출한 영화 <마지막 늑대>는 서울의 강력반 경찰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요양을 떠나듯 강원도 정선의 한 시골로 전근간 경찰 강철권(양동근 분)과,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서울의 한복판에서 폼나게 일하고 싶어하는 고지식한 시골 경찰 고정식(황정민 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은 코미디 영화. 농익은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지만,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는 질문에, “그냥, 지독하게 일하기 싫어하는 경찰이죠”라는 짤막한 답변을 휙 날리던 양동근의 ‘촌철살인’(?)식 어눌함. 그 어눌함이 다른 시사회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백미였다고 하면 지나친 상찬일까.



이휘현 자유기고가 noshin@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4-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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