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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 훤하게 삽시다] 손발 저림증


건강상담을 하다가 가끔씩 집에 쌓아두고 있는 영양제들을 다 가지고 오라고 할 때가 있다. 집에 있는 영양제가 언제, 얼마만큼 먹는 것이 좋은 지 또는 나에게 맞지 않은 약은 아닌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이 때문이다. 쇼핑 가방 가득 가져오는 영양제 중에서 중년, 노년층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혈액순환개선제이다. 대부분 손발이 저리고 주물러도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대답한다.

‘이러다가 중풍이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해 선택한 게 혈액순환개선제이다. 물론 상업광고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혈액순환장애나 중풍의 증상이 손발저림증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중풍이 오면 더 확연하고 불편한 증상이 갑작스럽게 생기게 된다. 저리기보다는 감각이 둔해지고 말이 어눌해진다거나 팔과 다리에 힘이 없는 운동신경 증세가 갑작스럽게 생기게 된다.

혈액순환개선제의 주요성분은 은행나무 추출물이다. 항산화 성분과 항혈전 성분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치매, 노화,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선전되면서 시장에 나와있다. 모든 약물이 그렇지만 생약 역시 부작용도 있다. 특히 ginkgolide B는 혈소판의 역할을 방해하는 은행나무 추출 성분으로 출혈성을 높이기 때문에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진통소염제와 같이 출혈성을 높이는 약물과 같이 복용하면 뇌출혈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주치의와 상담 후에 혈액순환개선제 복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동맥경화의 위험성이 높아서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가격은 비싼 반면 효과가 아직 잘 입증되어 있지 않는 혈액순환개선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싸고 효과가 확실한 아스피린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동맥경화나 중풍이 손발 저림증의 원인이 아니라면 왜 손발이 저릴까? 가장 흔한 원인은 손발의 과도한 사용이다. 손 일을 많이 하고 난 다음 날, 손발이 부으면서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 본 증상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매일매일 반복되면 손목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해 손목인대가 두꺼워지고 이로 인해 손목 신경을 눌러서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데 이를 ‘손목인대 증후군’이라고 한다. 설거지, 손빨래, 청소 등의 손일을 매일 해야 하는 주부들에서 흔히 보이는 질환으로 최근에는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젊은 직장인이나 남성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처음에는 혈액순환장애를 의심하고 혈액순환개선제를 복용하다가 증상이 심해져서 병원을 찾게 된다. 많이 사용하여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손목을 쉬어주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치료 원칙이다. 손목에 부목을 대서 움직임을 고정시키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로 충분한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수술치료를 하는데 최근에는 수술방법의 개선으로 거의 흉터가 남지 않으면서 효과도 좋다.

말초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말초신경염도 흔한 저린 증상의 원인이다. 말초신경은 특히 알코올과 고혈당에 손상을 잘 받기 때문에 주당 2회 이상 음주를 하는 사람이나 당뇨병 환자에서 흔히 생기게 된다. 음주로 인한 알콜성 말초신경염에서는 대부분 양측 손과 발에 대칭적으로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물론 금주하면 신속하게 회복된다. 당뇨의 합병증으로 생긴 말초신경염은 주로 다리에 생긴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데 혈당조절을 엄격하게 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흔하지는 않지만 목이나 허리디스크로 인해 척수에서부터 신경이 눌려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척수 신경을 누르면 해당 부위에 저린 증상이 생기게 된다. 디스크에서는 감각이상과 함께 통증이 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손발 저림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우선 잘 쉬어주고 금주를 하면서 증상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좋겠다. 호전이 없으면 주치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혈액순환개선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하며 안도하다가 자칫 질병을 키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서는 안되겠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입력시간 : 2004-04-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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