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노란색 진객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개느삼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노란색 진객

봄은 꽃의 계절이 아니겠는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아주 많다. 나무 마다 가득가득 꽃송이들이 달리는 벚나무나 개나리, 진달래 같은 것은 물론이고 복수초, 얼레지 같은 키 작은 풀조차 들여다보면 때깔이며 모양이 여간 곱지 않다. 그래서 봄에 꽃을 피우면 여간해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개느삼도 봄에 꽃을 피우는 그 많은 나무들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 의미가 남 다르기에 관심을 모으는 식물이다. 개느삼이 꽃피우는 자생지를 찾았다면 뉴스가 될 만큼. 양지바른 산기슭에서 밝은 노란색 꽃을 피우는 개느삼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이란 점이다. 그냥 특산식물정도가 아니라 미선나무나 금강초롱처럼, 얼마 되지 않는 특산속 즉 집안 자체가 특산인 식물이다.

개느삼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18년 북한의 함경남도 북청이었고 그 후 함경남도 신흥, 평안남도 맹산군에 드물게 분포지가 있었다. 남한의 양구에 있는 자생지가 발견된 것은 우연이었다고 한다. 한 초등학생이 숙제로 식물표본을 만들어 냈고, 우연히 그 학교에 들러 표본을 보게 되었던 원로 식물학자가 보물같은 표본을 알아보고 수소문하여 남한에서의 첫 자생지를 양구에서 찾은 것이다. 물론 이곳은 특산식물 개느삼의 남한계를 이루는 분포지 등의 가치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최근에 인제 등 몇 곳에서 자생지가 더 발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기도 했다. 자생지에 가 보면 그리 높지 않은 산, 해발 100-300m 정도 되는 곳에 볕이 잘 드는 관목 사이에서 자란다.

개느삼은 콩과에 속하는 작은 키 나무이다. 보통 자라는 곳을 보면 허벅지 높이 정도의 크기로 자란다. 다 크면 1m까지도 큰다. 잎은 아카시나무를 닮았으나 이보다 작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드러운 진한 연두빛 잎이 필 즈음 꽃도 같이 피는데, 진한 노란색이어서 곱고 예쁘다. 화단에 키 작은 꽃나무로 심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열매가 익으면 마치 염주알처럼 귀엽기도 하다.

개느삼이란 이름은 고삼이라고 하는 약용식물이 있는데 이를 느삼이라고도 부르고 이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약으로의 가치야 개느삼이 고삼보다 덜 하겠으나, 우리나라 식물분포학적인 측면에서는 개느삼의 가치가 더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개미풀이라고도 부른다.

개느삼은 특산식물인 동시에 희귀식물이기도 하다. 왜 희귀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지만 우선 열매가 거의 열리지 않는다. 주로 자하경이 뻗어나가면서 식물이 자라는 특성이 있으므로 종자를 결실하는 능력이 매우 약화된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의 이 소중한 나무는 지하경이 잘 뻗어나가도록, 키우는 방법에 조금만 주의하면 척박한 토양에서도 아주 잘 큰다. 좀 더 마음을 쓰고 키워내 널리 보급하고 널리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4-04-07 21:44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