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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바람의 전설
춤꾼 풍식은 '예술작업 중'
우연한 기회에 춤의 세계에 입문, 춤의 진정한 의미 깨닫기


<바람의 전설>의 ‘바람’은 영화에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몸에서 갑자기 전율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마치 바람에 가볍게 휘청거리는 듯 하다는 의미요, 또 다른 하나는 춤바람을 뜻한다. 영화에서는 전자의 의미가 강조되지만 그렇다고 후자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 박풍식(이성재)과 송연화(박솔미)는 전자에 해당하는 바람을 경험하지만 이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후자에 휘말린다. 두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바람은 내면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그 느낌을 슬로우 모션 이미지로 구성해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 ‘바람’을 지나치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렇게 과도한 이미지는 과장된 코미디를 위한 것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핵심 혹은 박풍식의 주장에 실려있는 진지함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바람보다 더 핵심적인 주제는 춤이다. 전통 무용이나 고전 발레 혹은 현대 무용이 아니라 사교댄스, 볼룸 댄스다. 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30대 가장인 풍식은 어느 날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옛 친구 송만수(김수로)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춤의 세계에 입문한다. 춤에 전념하고 싶어 전국을 5년 동안 떠돌며 여러 스승에게 다양한 종목을 배우고 경지에 이른 뒤 집에 돌아온다.

- 풍식, 춤판에서 전설적 인물되다

그러나 풍식을 기다리는 건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부인과 어린 아들뿐이고, 춤을 출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카바레를 드나들게 되고 외로운 경순(이칸희)을 만나 만족스러운 왈츠를 추지만 누님은 춤 이외의 것을 요구한다.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업에 실패했다고 거짓말을 한 풍식에게 거금의 돈이 들어온다. 마침내 풍식은 조그만 아파트에서 최고급 단독 주택으로 이사하게 되고 BMW를 몰고 다니는, 그 바닥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 된다.

이러한 풍식의 인생사는 풍식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그가 입원한 병원으로 잠복 근무를 나온 여경찰 연화가 그에게 듣게 되는 회상이 그들의 현재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경찰서장의 부인이 춤바람이 나서 풍식에서 상당한 액수의 돈까지 줬는데 부인이 풍식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주장하자 서장이 부하 직원에게 일을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도입부에 연화가 풍식을 만나 처음으로 대화를 시작할 때 풍식은 자신이 무도 예술을 하는 ‘예술가’라고 밝힌다. 바로 풍식이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영화의 핵심적인 갈등을 제공하는 부분이다.

만수가 감옥에서 출소한 후 풍식과 만나면서 풍식의 춤솜씨와 자신의 노하우가 결합이 되면 떼돈을 벌게될 거라며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을 때 풍식은 자신이 제비가 아니라며 화를 내고 자리를 뜬다. 그런데 그가 아들의 유치원 학예회에서 경순을 마주치고 둘은 유치원 마당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에델바이스에 맞춰 왈츠를 춘다. 카메라는 이들의 행복한 얼굴과 우아한 왈츠 동작을 빙글빙글 돌며 담아낸다. 경순은 왈츠를 마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하며 사라지고 풍식은 그때서야 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한편 풍식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리고 그에게 춤을 배우면서 점점 풍식이 제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연화도 관객이 풍식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듯이 그에 대한 판단이 오락가락한다. 그리고 너무 식상하게 마지막에 가서야 풍식을 이해하게 되고 ‘바람’을 느꼈던 연화는 경찰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택한다.

- 시대착오적 배경설정과 오류

현재 우리나라에서 댄스 스포츠의 인구는 400만명을 넘고 일반인들도 더 이상 이 춤을 카바레의 어두운 조명 아래 불륜을 꿈꾸는 중년들의 춤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풍식이 5년간의 수련을 거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춤을 출 곳이 카바레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서 가까운 과거, 그리고 현재로 설정되어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풍식이 만약 그렇게 춤을 추고 싶었다면 유학을 생각해보거나 혹은 직업으로 택해 프로 선수가 되거나 하는 선택은 왜 고려하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떨칠 수 없었다. 이것은 캐릭터 구성이라는 측면과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내러티브 구성이라는 면에서 치명적인 결함이다. 풍식이 춤에 대해 그토록 열정과 재능이 있었고 춤추고 싶은 욕망이 강했고 처음부터 제비를 경멸했고 본인을 예술가로 믿었다면 왜 그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는 방식, 순수하게 춤만 추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춤추는 영화에서 멋진 춤 장면은 극히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으며, 배우들의 춤 실력은 영화 내에서 평가되고 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전설’의 이름이 아깝지 않으려면 프로급이어야 했을 것이다.

시네마 단신
  
- <신부수업> 권상우·하지원 캐스팅

권상우와 하지원이 영화 <신부수업>에 나란히 캐스팅됐다. 우연히 한 성당에 머물게 된 모범 신학생 규식(권상우)에게 천방지축 말괄량이 봉희(하지원)를 '세례 받게 하라'는 미션이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아낸 작품. 4월 중순에 크랭크인 예정.







채윤정 영화평론가 blauth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4-0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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