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100가지에 다가서기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이종인 옮김/ 이마고 펴냄

[출판]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음모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100가지에 다가서기
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 이종인 옮김/ 이마고 펴냄


폴 메카트니는 오래 전에 죽었고 지금 살아서 활동하는 메카트니는 가짜다. 히틀러는 남극의 빙산 아래 비밀기지를 건설했다. 도어스의 멤버 짐 모리슨은 죽은 것이 아니고 은둔 중이다. ‘믿거나 말거나’식의 황당무계한 주장, 바로 음모론이다.

이런 음모론은 또 어떤가. 수 만개의 정밀한 부품으로 이뤄진 챌린저호가 공중폭발했다. 고무패킹 하나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데, 과연 그럴까. 존 F 케네디의 몸에 난 7발의 탄흔은 오스왈드 혼자서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당국은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했고, 또 오스왈드는 재판이 채 진행되기 전에 암살됐다. 목격자가 신고까지 했던 로스웰의 UFO 추락 사건은 50년이 지나서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면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책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모론 100가지를 소개한다. 케네디, 마릴린 몬로, 존 레넌 같은 저명인사의 죽음, 뚜렷한 사인 없이 죽은 가축떼에 남겨진 삼각형 표시와 같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의문, 히틀러의 행적과 같은 미심쩍은 결말을 남긴 역사적인 사건, 버뮤다 삼각해역, 스핑크스 같은 고대의 비밀이 숨겨진 신비한 장소, 세계 제패를 꿈꾸는 프리메이슨과 같은 비밀조직 등이 주요 목록이다.

지은이는 음모론 신봉자 쪽도, 회의론자 쪽도 아니다. 음모론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점이 황당한 주장인지, 또 회의적인 시각에서 볼 때 그 음모론의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가를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룬다.

지은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허위일 지 모른다고 말한다. 지은이를 믿지 못하는, 모든 음모론은 그저 꾸며내기 좋아하는 이들의 과대망상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독자라면 다음의 이야기를 한번 살펴보라. “1932년 미국 정부 산하 질병예방센터가 매독의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 사는 200명의 가난하고 순진한 흑인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매독에 걸린 흑인들을 죽게 내버려두고 그들의 아내와 자녀에게 병을 옮기도록 방치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철저하게 감췄다.”

말도 안 되는, 이 무슨 터무니없는 이야기인가. 놀라지 말라. 30년이 훨씬 지난 뒤 공공연하게 나돈 이 음모론은 놀랍게도 사실로 밝혀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터스키기로 내려가 살아남은 유족들에게 사과를 했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4-04-08 13:46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