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건대앞 '북방진미' 중국식 샤브샤브


중국 음식은 한국인들에게 무척 친밀하다. 워낙 오랜 옛날부터 중국과 왕래를 해왔고, 중국 음식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오래라 중국식이라는 느낌 없이 주문하곤 한다. 중국에는 없는 자장면, 짬뽕을 대표 메뉴로 하는 중국식당들은 사실 중국식당이 아니라 반쯤은 한식당이라고 해도 좋을 성싶다.

중국 요리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것이 샤브샤브다. 원래 샤브샤브는 초원에서 살아가는 몽골의 유목민족이 즐기던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중국 내륙 지방에 전해져 지금은 중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도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나름대로 중국화 과정을 조금씩 거치면서 원래의 샤브샤브와는 조금 다른, 중국식 샤브샤브를 형성하게 된다.

중국에서도 매콤한 요리를 즐기는 사천성에서는 매운 고추와 양념을 넣어 맵고 얼큰한 육수로 샤브샤브를 즐긴다. 동북성에서는 사골, 해물 등을 풍성하게 넣은 진한 육수로 샤브샤브를 해먹는다. 각각 장점이 있어서 보통 두 칸으로 나눠져 있는 냄비에 매운 육수, 담백한 육수 두 가지를 모두 넣어 먹는다.

일본식 샤브샤브는 육수가 깔끔하고 투명한 데 반해 중국식은 재료를 많이 써 진하고 느끼한 맛이 난다. 중국여행을 하게 되면 어느 지역을 가던지 한 끼 정도는 샤브샤브로 식사를 제공하는데 중국에서 맛보았던 육수와 거의 비슷하다. 다른 것은 육수에 데쳐 먹는 재료.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없는 고기 부속물을 비롯해 낯선 재료들을 중국인들은 즐기는데 한국에서 선보이는 것은 비교적 우리가 소화하기 쉬운 일반적인 재료들이다.


■ 메뉴 : 양고기 샤브샤브 25,000원(중), 30,000원(대), 꼬치류는 양꼬치 6,000원, 돼지껍데기 6,000원, 메추리 4,000원 등 다양. 그밖에 메뉴판이 빽빽할 정도로 여러 가지 중국요리를 선보인다. 02-469-9799
■ 찾아가기 : 건대역 6번 출구에서 SK텔레콤과 빵집 사잇길로 접어든다. 신호점멸등이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150M.

북방진미의 샤브샤브도 두 군데로 나눠진 냄비에 붉은 육수와 흰 육수 두 가지를 동시에 끓인다. 양고기, 쇠고기, 버섯, 청경채, 배추, 칼국수, 만두 등을 넣어 먹는데 좋아하는 재료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한번에 조금씩 넣어 살짝 데치듯이 익혀 먹어야 맛있다.

고기나 채소가 익으면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스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것, 중국인이 좋아하는 것 두 가지다. 칼칼하고 매운 맛을 즐긴다면 매운 고추를 넣어 한소끔 끓이면 매운 맛이 육수에 배어든다. .

샤브샤브가 식사 메뉴라면 꼬치구이는 안주로 그만이다. 중국 고량주를 한 잔 곁들여 꼬치를 하나씩 쏙쏙 빼 먹는 맛이 재미있다. 꼬치구이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양고기 꼬치는 쫄깃한 맛이 일품. 고춧가루를 비롯해 여러 가지 양념류를 넣어 만든 가루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향신료를 넣어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성이 강하다. 돼지 껍데기, 쇠심줄, 메추리, 닭똥집, 마늘 등 다양한 재료로 꼬치구이를 할 수 있다. 마늘은 껍질째 꼬치에 끼워 굽는데 잘 익으면 매운 맛이 전혀 없이 고소하다.

꼬치를 구워주기도 하고, 육수가 졸아들면 육수도 부어 주는 등 손님 테이블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은 북방진미의 사장 강승희씨다. 중국에서 10여년 전에 건너온 조선족인데 중국에서도 식당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집의 단골은 한국인 외에 조선족, 중국인들도 있다. 중국집은 많지만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참으로 반가운 식당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요리에서도 고급 요리라기보다 서민들이 즐겨 먹을 법한 것들이라 더욱 반갑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4-08 13:48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