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사진의 회화적 접근


19세기 초 카메라가 발명된 후 현실세계에서 대상을 그대로 재현했던 사실주의 회화의 신선함은 빛을 읽었다. 대신 20세기 들어 빛에 의해 대상을 재해석하거나 주관적인 색채와 형태 묘사를 추구하는 새로운 화풍이 등장했다. 카메라와 함께 발달한 사진 현상술에 힘입어 대중에게 널리 보급된 인물사진은 당연히 초상화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카메라를 이용해 현실의 오브제를 그대로 인화지에 옮겨내는 사진은 그 기계적인 메커니즘으로 인해 예술 작품으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편견을 감수해야 했다.

룩셈부르크 출신의 미국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그 같은 사진의 리얼리티만을 고집하지 않고 사진에서 회화와 같은 효과를 창출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현상 과정의 화학 작용과 삼각다리를 고의로 흔들어 만드는 새로운 프로세스 등을 연구, 적용하기도 했다. 그가 사진을 배우기 이전에 회화와 판화 작업을 했던 게 ‘픽토리얼리즘 사진가’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준 것이다.

스타이켄은 훗날 패션에 관계되는 상업 사진을 찍기도 하고, 뉴욕 근대 미술관에서 사진 전문 전시 기획자로 일했다. 그 만큼 예술에 있어서 순수주의 뿐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현실감각이 뛰어난 작가이기도 했다. 그가 1955년 273명의 사진 작가의 작품으로 기획한 ‘인간 가족’전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16개국을 순회 전시하여 큰 성과를 올렸다. ‘인간 가족’전은 전후 피폐해진 인간의 정신 세계를 달래고 상실된 휴머니즘을 고취시키기 위한 전략적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작품 ‘작고 둥근 거울’은 스타이켄이 초기 작품에서 주력했던 사진에서의 회화적 효과가 뛰어나게 나타난 것으로 픽토리얼리스트가 즐겨 사용했던 검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 기법을 통해 명암과 질감의 섬세함과 정교함을 살려내고 있다. 스타이켄의 작품은 사진이 회화만큼 순수 예술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편견을 아름다운 감동으로 녹여주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4-1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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