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내음 가득한 선비의 향기

[문화가 산책] 지산 정진용 <고희 기념 서예전>
묵향 내음 가득한 선비의 향기

향토 서예가 지산 정진용(智山 鄭振鎔) 선생이 ‘고희 기념 서예전’을 갖는다.

가장 원초적인 한자 형태인 전서(篆書)에서 일가를 이룬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선생이 이번에 주로 선보이게 될 글씨는 해서(楷書). 한자 특유의 추상성과 조형성이 마치 한폭의 정제된 그림처럼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명필 향산(香山) 이정갑 선생의 수제자로 영남 읠대의 서예계를 버팀목으로서 조용히 일가를 이루고 있는 선생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초지일관(初志一貫)’,‘만법귀일(萬法歸一)’ 등 삶의 교훈이 추상 도형 같은 문자를 통해 금방이라도 살아 올 것 같다.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에다 사람을 좋아해 술과 교유를 즐기는 지산은 고희의 나이에도 불구, ‘홍안(紅顔)의 호남아’로 지금도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산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에 돌아 오면 커다란 벼루 가득 먹을 갈아 놓고 마음 가는대로 일필휘지하는 모습은 가까운 이들에게 깊이 각인,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 매일신문 화랑에서 가졌던 개인전은 청소년 소녀 가장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열려, 큰 호응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자녀를 위한 기도문’은 요즘처럼 종잡기 힘 든 때, 찬찬히 음미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4군자를 주제로 한 문인화는 지산 특유의 문자향을 더욱 그윽하게 해 준다.

지역 명문인 경주고등학교의 영어 교사로서, 왕년의 수험생들에게 필독서였던 ‘삼위일체’의 명강사로도 높았던 그에게는 제자가 많다. 특히나 고희를 기념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경주 도화여고 교사 한기은 등 서도를 전수 받은 후학 20여명의 작품도 선봬, 뜻을 더욱 깊게 한다. 한국서예협회 초대 경주지회장을 역임한 지산 선생은 경주시 황성동 ‘경주 서도 학원’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4월 17~21일까지 서라벌 문화회관 대전시실(054)772-9052

장병욱차장


입력시간 : 2004-04-14 21:35


장병욱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