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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영화 <범죄의 재구성> 시사회
매력적인 달변의 어눌함
진솔함 돋보인 박신양, 진지한 면모 유감 없이 발휘


시사회장에서 보기 쉬운 풍경 하나만 먼저 이야기하자.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에는 언제나 감독과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있다. 그런데 그 무대인사를 통해 객석에 전해지는 감독과 배우의 말이라는 게 대체적으로 뻔하다. 무대인사 멘트는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있다는 말이다.

그 정형화된 멘트를 대충 꼽아 보면 이렇다. “잘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무척 떨리네요” 정도.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 멘트는 짧을수록 좋다는 게 충무로의 불문율일까. 감독이나 배우의 입에서 두 세 마디 이상 말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이 어딘들 없겠는가. 때로는 남들보다 터무니없이(?) 긴 멘트를 날리는 감독이나 배우가 있다. 표현 방식도 조금은 남다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박신양의 경우가 그 대표격에 해당하지 않을까.

3월30일 오후 2시, 서울극장 2관에서 있었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 언론시사회장에서도 박신양의 무대 인사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길었다. 그리고 다소 진지했다. “좋은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은 촬영이었던 것 같습니다. 통쾌한 영화입니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박신양의 옆에 서있던 중견배우 백윤식은 마이크를 건네 받자 마자 이런 짧은 멘트를 날렸을 뿐이다. “안녕하세요. 백윤식입니다.” 고작 그 두 마디가 백윤식의 무대인사 전부였다. 하지만 백윤식은 객석으로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그 환호에는 격의 없는 웃음들도 간간이 섞여있었다. 지난 해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얻게 된 백윤식의 인기가 아직 식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짧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박신양과 짧으면서도 묵직한 백윤식의 묘한 대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느낌으로 각자 나름의 묘한 여운을 객석에 던져주고 있는 듯 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마련된 서울극장 4층의 공동기자회견장. 화려한 복장의 염정아를 필두로, 박신양과 이문식, 백윤식, 천호진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연출가로 ‘입봉’(데뷔라는 영화판 속어)한 최동훈 감독이 취재 경쟁에 한창인 기자들 앞에 섰다.

무대인사에서 말이 ‘많았던’ 박신양의 면모는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어느새 배우라기보다는 달변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일단 시나리오가 좋았고, 출연진도 좋았습니다. 이 영화의 촬영이 20~30퍼센트 정도 진행되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했죠. ‘이 좋은 느낌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그런데 촬영이 진행되면 될수록 그 좋은 느낌이 더욱 더 강해지더라고요. 촬영을 다 마치고 마지막에 나레이션을 넣을 때는 가히 절정이었죠. 이런 좋은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으니 이 영화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정말 통쾌한 영화입니다.”

이 ‘달변가’는 미모의 여배우 염정아와 함께 처음으로 영화 촬영을 한 느낌을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염정아씨를 첫 대면했을 때 ‘처음 뵙겠습니다’고 인사했거든요. 그런데 막 염정아씨가 혼을 내는 거예요. 알고 보니 예전에 문화방송 드라마 ‘사과꽃 향기’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더라고요. 제가 그만 그걸 기억하지 못해서.(웃음)” 박신양의 또박또박한 말투 속에서 듣게 되는 그만의 어눌함. 그 어눌함이 박신양이라는 진지한 배우의 또 다른 매력이 되어 다가오는 듯 했다.



자유기고가 이휘현 noshin@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4-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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