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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 훤하게 삽시다] 치매와 합병증


먼 친척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수주 전부터 이상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남편은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근데 횡설수설하고 회사에서 일 처리를 잘 못하며 최근에는 친구를 만났는데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하였다. 평상시 건강 상태를 생각해서는 도저히 생각지도 못한 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것이다. 급하게 신경정신과에 진료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증상은 점점 나빠져 나중에는 부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소변도 잘 못 가리게 되었다. 복잡한 관련 검사들을 마친 뒤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급성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주 전에 방안에서 약주 한잔과 함께 숯불 갈비구이를 먹다가 갑자기 어지러워서 방에서 기어서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때 생긴 일산화탄소 중독이 원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소나마 좋아질 것이라는 주치의의 의견이 있었지만, 바보같이 웃기만 하면서 가족도 못 알아보는 상태에서 회복이 되어도 ‘사람 구실’을 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가족은 걱정하였다. 하지만 조금씩 회복돼 현재는 예전보다 더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치매의 원인은 매우 많다. 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다. 예를 들어 갑상선 기능이 너무 낮아서 생긴 치매나 저혈당으로 생긴 치매는 당뇨병과 갑상선 기능을 정상으로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노인에게는 우울증이 치매로 나타날 수 있는데 우울증을 치료하면 치매가 회복된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서 생긴 치매도 영양보충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헤르페스나 매독 같이 뇌 감염으로도 생긴 치매는 원인균을 제거하여 치료할 수 있다. 친척 아저씨의 경우처럼 가스 중독에 의해서도 치매가 생길 수 있다.

치매의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처럼 완전히 치료되는 치매도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의사의 경우 많게는 치매의 20% 정도를 치료 가능한 치매로 여긴다. 회복이 어려운 나머지 80%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이다. 서양의 경우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혈관성 치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뇌졸중이 많기 때문에 둘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슷하다.

레이건 전 미 대통령 때문에 더 유명해진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세포가 자연적으로 파괴되면서 생긴다. 치매가 생겨도 평균적으로 8~10년 생존한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그 부분 뇌조직이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뇌졸중의 휴유증으로 치매가 오는 것이다.

치매의 첫 증상은 아주 경미하다. 성격이 예민해지고 주변의 변화에 민감해지지만 이 단계에서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기는 어렵다. 조금 더 진행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주로 최근 것을 기억 못한다. 그 다음 복잡한 돈 관리, 요리, 약물 복용 등에 문제가 생기고 더 진행되면 간단한 음식 장만이나 청소, 세수와 목욕 등이 불가능해진다. 나중에는 걷기, 식사하기, 대소변 가리기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능력도 사라지게 된다.

실은 치매 자체보다는 합병증이 더 문제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사고 가능성도 있고, 면역력의 감소로 폐렴이나 요도감염 등도 쉽게 생긴다.

건망증이 생겨 깜빡깜빡 자주 잊어버리게 되면 치매를 걱정하여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 중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망증이 심해진다. 건망증은 시계를 어디 두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치매는 시계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를 잊어버린다. 건망증이 치매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인 원인으로 나이가 들어 발병하게 되므로 현대의학에서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인 독서, 운동, 연주, 그림 그리기 등을 지속적으로 하면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혈관성 치매의 경우는 일단 뇌졸중을 예방하면 막을 수 있다. 뇌졸중을 유발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과도한 음주, 비만 등 위험 요인을 치료하여 뇌졸중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주면 더불어 생기는 혈관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4세 이상에서 5~8%, 75이상에서 15~20%, 85세 이상에서 25~50%가 치매환자다. 적지 않은 숫자다. 가족 중 치매환자가 생기면 누군가 한사람은 집에서 환자를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핵가족 사회에서는 많은 희생이 따르게 된다. 2007년부터 뇌졸중,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간병비를 국가가 지원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입력시간 : 2004-04-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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