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관객석을 뜨겁게 달군 주진모와 공형진의 '진한' 키스신


영화 ‘라이어’의 기자시사회가 시작되기 직전, 예상치 못한 여자 연예인이 한 명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온다. 그녀의 이름은 조혜련. ‘아니! 이영자가 웬일일까?’라는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말문을 연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에게 밝힐 것이 있습니다. 오늘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쳤습니다만,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저 조혜련입니다.”

그녀의 진실 폭로(?)에 웃음 소리만 요란하다. “아니, 기자님들! 이 중대 발표의 순간에 왜들 그렇게 웃으시죠? 아, 영화 제목 ‘라이어’처럼 제가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요? 눈치가 정말 빠르시군요. 예 맞습니다! 사실 저는 주진모 스토커예요.”

조혜련의 ‘구라’로 기자들의 웃음에 가속도가 붙는다. 조혜련의 걸쭉한 거짓말 한 판이 끝나고 영화 ‘라이어’의 ‘진짜’ 주연배우들이 등장했다. 주진모, 공형진, 서영희, 송선미(또 다른 주연 배우인 임현식과 손현주는 촬영 스케줄로 인해 불참했다). 오른쪽 맨 끝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김경형 감독이 선다.

네 배우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선글라스 차림. 마이크만 잡았다 하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일단 웃음부터 유발시키고 마는 공형진의 모습도 만만찮아 보인다. “눈에 뭐가 좀 나서 이렇게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냥 멋 부리려고 선글라스 끼고 나왔지만요.(웃음)”

그 순간, 주진모가 곧바로 선글라스를 벗는다. 주진모의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그래도 왠지 장난기가 다분해 보인다. 곧 이어 가차없이 이어지는 공형진의 반격. “하여간 잘 생긴 것들하고 다니면 이게 문젭니다." 관객석은 또 다시 웃음바다로 변한다.

주연 배우들과 감독의 무대 인사가 간단히 끝나고 어둠 속에서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영화의 첫 장면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시작한다. 완전히 뒤집어진 택시 안에서 돈다발을 물고 있는 주진모의 모습이 무척이나 코믹해 보인다. 시작부터 심상찮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진행될수록 객석에서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터져 나오던 웃음이 좀체 사그라들지 않는다. 너무 웃다가 눈물마저 찔끔 흘리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최고 압권은 역시 주진모와 공형진의 ‘진한’ 키스신이 아닐까. 두 남자의 ‘리얼한’ 키스 신으로 인해 관객석은 폭소와 비명으로 요란하다(물론, 이 영화는 ‘퀴어 영화’가 절대 아니다).

코미디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 바로 ‘웃김'에 있다면, 아마도 이 영화 ‘라이어’는 ‘웰 메이드 코미디 영화’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시사회가 끝나고 곧장 진행된 기자간담회장. ‘예상했던 대로’ 문제의 그 키스신에 관한 질문이 나온다. 공형진이 먼저 말문을 연다. “궁금하세요? 제가 한 번 해드릴까요?(웃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주진모는 촬영 전에 청심환을 먹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그 진실 여부는 모르겠고 어쨌거나 촬영은 거의 NG 없이 순조롭게 잘 끝났습니다.”

마이크가 곧 주진모의 손으로 넘어간다. 주진모의 멘트는 좀 썰렁하다. “저는 할 말이 없네요.” 공형진이 또 한 차례의 입담으로 이 문제의 장면에 관한 기자들의 궁금증을 갈무리한다. “그 날 이후 주진모와 저는 서로 눈을 못 마주치고 있습니다.” 공형진의 말재간에 당해낼 기자가 과연 있을까.

이휘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4-22 21:35


이휘현 자유기고가 nosh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