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보수세력의 정체를 벗기다서중석 엮음.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출판] 배반당한 한국 민족주의
극우 보수세력의 정체를 벗기다
서중석 엮음.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색채를 이분할 때 무심코 ‘개혁과 보수’를 얘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보수 또는 보수세력은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방이후 반 세기 이상 한국 사회를 주름잡아 온 ‘극우 보수세력’의 정체를 심도 있게 천착하고 있다. 냉전적 사고를 기저에 깔고, 합리적 판단과 균형 잡힌 시각을 확보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해 온 극단적인 우경화 현상의 뿌리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집중 비판한다.

저자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극우’의 개념은 우리 사회에서 한동안 유효하게 사용될 것이며,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로 표방하는 사람들을 ‘극우 반공주의자’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극우반공세력, 극우반공 이데올로기를 분석ㆍ비판하지 못한다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물리적 정신적 난맥상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며,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게 저자의 문제 의식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극우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종속적 파시즘에서 볼 수 있듯이 외세 의존적인 사대주의자로 분류될 수 있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하나의 조류나 세력으로서 민족주의가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 또는 보수주의랄 수 있는 우파 민족주의가 왜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는지, 그들이 좌절하게 된 연유를 분석하면서 연민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저자는 남한의 극우반공 세력을 집중 비판한 데 대해, “남한현대사 전공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한을 인간 사회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 힘을 토대로 북의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극우의 생트집과 민주화ㆍ개혁세력의 우왕좌왕 및 지그재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흥미로운 전망도 내놓았다. 서중석 엮음.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김성호기자


입력시간 : 2004-04-28 21:03


김성호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