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자극하는 독특한 '3콤'의 매력

[맛이 있는 집] 대학로 쌀국수 전문점 <빠리 하노이>
미각 자극하는 독특한 '3콤'의 매력

누군가 그랬다. 베트남 음식은 ‘마약’과 같다고. 음식을 마약에 비유하는 것이 조금 심한 표현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감이 간다. 한번 맛을 들인 후, 광적으로 쌀국수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면 쉽게 이해될 법도 하다.

태국과 베트남 요리를 필두로 우리나라에도 동남아시아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났다. 중국이나 일본 요리는 어느 정도 코리안 스타일로 변형되어 그리 낯설거나 특별할 것 없지만 같은 아시아권에 있으면서도 나름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베트남의 경우, 아는 사람을 쫓아가지 않는 이상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다국적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여러 군데가 생겨났음에도 말이다. 쌀국수는 동남아에서 널리 알려진 요리이지만 유독 베트남 쌀국수가 사랑 받는 이유는 맑게 우려낸 국물이 주효했기 때문. 여기에 허브와 숙주, 칠리, 양파 등이 적절히 어우러져 독특한 맛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먹고 돌아서면 배고파지는 것이 국수라고 하지만 쌀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한참 동안이나 속이 든든하다. 2년 전 대학로에 문을 연 ‘빠리 하노이’는 프랑스 유학파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쌀국수 전문점이다.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도 그렇지 프랑스 유학생들이 쌀국수집을 차린 것은 의외다. 하지만 이 점이 빠리 하노이의 탄생 배경이자 존재(?) 이유다. 남편 되는 이상하씨는 영화 공부를 위해, 아내 되는 이찬주씨는 제과제빵 공부를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고 한다. 당시, 주머니 가벼운 유학생들이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즐겨 찾던 곳이 바로 베트남 쌀국수집이었다고. 칠리 소스를 담뿍 쳐서 먹으면 시원하고도 칼칼한 맛이 그만이었다. 매일 찾아갈 정도로 지겹게 먹었지만 신기하게도 질리지 않았다. 결국 쌀국수를 향한 외사랑이 귀국 후 베트남 레스토랑을 차리게 만들었고, 직접 베트남에 가 음식과 함께 본토 분위기를 익혔다.

빠리 하노이의 특징은 기존의 쌀국수집에 비해 메뉴가 무척 간단하다는 것. 국물이 있는 쌀국수(Pho Bo)와 비빔국수(Bun Nem), 하노이 스타일 튀김만두(Chagio), 월남쌈(Goi Cuon)이 전부다. 이 점이 바로 빠리 하노이를 부담 없이 찾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열 가지도 넘는 쌀국수 종류 중에서 메뉴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봤자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빠리 하노이에서는 국물과 비빔의 경계만 생각하면 된다. ‘고수’라고 하는 허브 때문에 거부감을 가졌던 한국 사람들을 배려해 그 양을 줄였고 대표적인 메뉴 몇 가지만 선보인다.

포(Pho)의 경우, 기호에 맞게 칠리 소스를 뿌리고 숙주와 레몬즙을 넣으면 된다. 비빔국수는 갖가지 야채와 튀김만두가 함께 나오는데, 매콤, 새콤, 달콤한 늑윽맘 소스에 비벼 먹는다. 만두는 만두피가 소스에 촉촉이 젖었을 때 건져 먹는 것이 맛있다. 국물 국수 못지 않게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에 포(Pho)가 어울린다면 여름에는 입맛을 돋궈 주는 번(Bun)이 제격이다. 식사 전에 제공되는 연꽃잎 차 또한 베트남 요리와 제법 잘 어울린다.


■ 메뉴 : 쌀국수 L 7,500원/M 6,500원, 비빔국수 L8,000원/M7,000원, 하노이스타일 튀김만두 7,000원, 월남쌈 2만원, 베트남 커피 3,000원~3,500원
■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10시. 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02-3673-1999
■ 위치 : 대학로 흥사단 맞은편 함흥냉면 골목으로 직진

서태경 지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4-28 21:11


서태경 지유기고가 cookie252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