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이호철 외 지음/ 샘터 펴냄, 이지누 지음/ 샘터 펴냄

[출판] '이 한 장의 사진',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박완서 이호철 외 지음/ 샘터 펴냄, 이지누 지음/ 샘터 펴냄

사람은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아두길 원한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은 사진이 너무 흔해졌다.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마음 속에 깊이 담아두고 싶은 사진은 점차 사라진다.

장롱 속 깊숙이 넣어둔 사진첩 속에서 꺼낸 빛바랜 사진 한 장. 사진은 지나간 시간 저편의 추억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초상이 들어있고, 이미 곁을 떠나고 없는 그리운 부모와 형제, 친구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문인들이 저마다 마음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 둔 사진 한 장씩을 꺼내어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준다. 사진 산문집인 셈이다. 작가 박완서는 어린 손주와 동화책을 보며 망중한을 즐기는 사진을 보내왔다. 대작가의 모습이 아니라 친근하고 자애로운 한 할머니를 발견한다. 작가 박범신은 20대 후반, 열혈 청년의 모습이다. 그 사진에는 지금은 죽고 없는 막내누이가 함께 있다. 시인 박형준은 고향집의 해당화 앞에서 찍은 노모의 사진을 소개한다. 아들 걱정에 주름골이 깊어진 노모 앞에서 시인은 지극하고 절절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은 사진작가인 이지누의 사진과 함께하는 기행 산문집이다. 변산과 곰소만, 줄포 등 부안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다. 전반부는 부안 일대의 풍경에 반응하고 그 풍경과 사귀는 작가의 내면이 담겨있다. 후반부에서는 부안의 풍경과 교감했던 선인들의 발자취를 반추하면서 풍경에 얽힌 역사의 행간을 읽는다. 특히 후반부에는 불가의 선사들이 곳곳에 남긴 자취와 말씀에 관한 통찰로 가득하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4-05-04 20:55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