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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세계] 날씨가 매출의 절반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로 접어들면서 늘 그래왔지만, TV홈쇼핑 채널은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그 어느 때 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뜨거운 한 여름을 맞기 전 여름 제품을 선 보이기 때문에 여름철 제품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과 성능뿐만은 아니다. 이 맘 때 여름 제품 방송은 당일 날씨 컨디션에 따라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에어컨.

대부분의 가전 제품 제조회사는 여름 신상품을 기획한 후, 본격적인 여름 시즌 보다 좋은 조건으로 TV 홈쇼핑 채널에서 제품을 노출시킨다. TV홈쇼핑 채널에서도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시간을 편성해서 결전의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데, 방송 편성을 하는 데 있어 상품 기획가인 MD나 편성 담당자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방송 당일 날씨이다.

여름은 어느 때나 매년 변함 없이 온다. 더구나 한달 정도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낮 기온이 30도까지 육박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 맘 때 쯤이면 뜨거운 여름에 대한 공포감이 서서히 밀려들고 최소한 고온다습의 여름 날씨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올 법도 하다. 그러나 방송 당일 비라도 내리거나 당일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경우에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 날 방송은 무너지고 만다.

때문에 방송 편성 담당자와 MD는 기상청은 물론이고 여기저기서 기상 정보를 취합해 에어컨 방송에 좋은 길일(?)을 택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들의 성공률이 애석하게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늘의 뜻을 엿보려는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은 이 뿐만 아니다. 실제 여름에도 에어컨이나 냉방용 가전제품을 방송할 때, 당일 비가 내리면 역시 이것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필수 정보로써 날씨가 중요하고 또 그 날씨 정보로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날씨 마케팅’이라는 용어도 생기는 시대다. 그러나 TV 홈쇼핑 채널에서 만큼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 특성 탓인지 90% 이상 정확한 날씨 예보가 담보되지 않는 한, 순발력 있는 날씨 마케팅은 먼 나라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오로지 방송 당일 하늘을 쳐다 보는 수 밖에..

매년 증가 추세인 황사 현상 역시 올 봄에도 찾아 왔다. 공중파 TV 뉴스나 환경 관련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에서도 올해는 유난히 황사를 주제로 방송을 많이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황사에 대해 좋지 않은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또 TV홈쇼핑 채널에서도 때 맞춰 공기 청정기를 의욕적으로 소개했건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어, 방송 후 참담한 성적표로 담당 프로듀서와 MD, 제조업체 측과 방송상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를 상의하는 경우가 있다. 해답은 황사와는 상관 없는 깨끗한 날씨로 귀결되고, 우리 모두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늘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에어컨을 방송할 때, 당일 TV 뉴스에서 ‘ 올 들어 최고 기온!’이라는 기사가 나오거나 ‘때늦은 황사 출연, 서울 가시 거리 200M!’라는 뉴스가 나오면 방송 담당자나 제조 업체 측은 ‘얼씨구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당연히 당일 방송 성적표는 최고를 기록한다.

이렇게 TV 홈쇼핑 채널에서는 날씨와 관련한 제품의 매출이 당일 하늘 컨디션에 크게 좌우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상당히 의아하다. 덥든 춥든 아니면 황사 때문에 공기가 오염되든 늘 겪어야 되는 날씨이고 큰 불편을 겪는 것이 사실인데, 어떻게 사람들은 당일 날씨에 따라 구매 의욕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느냐는 말이다. 감성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성적으로 따지자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소비자는 무섭다. TV 홈쇼핑에서도 이 명제는 만고불편의 진리.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 TV홈쇼핑 뿐만 아니라 온ㆍ오프라인을 꼼꼼히 뒤져 가격 과 기능 등의 조건을 두루 비교한 후 비로소 가장 유리한 곳에서 구매를 한다. 또한 TV 홈쇼핑에서 제품을 구매했을 경우에는 쇼호스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기억한 뒤, 방송과는 다른 제품의 이상을 발견하면 TV홈쇼핑 채널을 무섭게 몰아 부쳐 혼쭐을 내는 주인공들이 바로 소비자다.

이렇게 꼼꼼하고 냉철한 소비자의 이면에는 당일 날씨에 따라 구매 욕구가 춤을 추는 면도 있다. 이래서 쇼호스트는 차가운 머리 뿐 아니라 뜨거운 가슴, 그리고 하늘의 컨디션에 따라 무너지는 소비자의 맘을 파고드는 영악한 면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



문석현 CJ 홈쇼핑 쇼호스트 moonanna@cj.net


입력시간 : 2004-05-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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