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편견을 바꾸겠습니다"할리우드 키드 안병기 감독, 호러 퀸의 섬뜩한 오프닝 기대

[현장속으로] <분신사바> 제작발표회
"공포영화의 편견을 바꾸겠습니다"
할리우드 키드 안병기 감독, 호러 퀸의 섬뜩한 오프닝 기대


“공포영화는 항상 반전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공포영화는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 이 두 가지 강박이 요즘의 공포영화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두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공포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충무로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안병기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다.

지난 4월 28일 오후 2시, 공포영화 <분신사바>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전작 <폰>으로 국내 흥행은 물론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몰이를 한 바 있는 안병기 감독의 신작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듯 했다. 공포영화 <분신사바>의 제작발표회장인 소피텔 앰버서더 호텔 2층 그랜드볼룸은 취재를 위해 몰려온 기자들로 북적대었다.

식전 행사로 안병기 감독이 2000년과 2002년에 연출했던 <가위>와 <폰>의 주요 장면들이 편집된 영상으로 상영되었다. 그리고 2004년 4월말 현재 35퍼센트 가량의 촬영이 진행된 <분신사바>의 주요 장면도 소개되었다. 섬뜩한 장면과 기괴한 사운드는 5분 정도 계속되었다. 화면이 멈추고 어두웠던 제작발표회장에 조명이 환하게 들어올 무렵, 뒤쪽의 누군가가 “우와! 오싹한대!”라는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식전행사가 끝나고 곧장 안병기 감독과 주연배우인 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등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미남형의 얼굴에 웬만한 프로 농구 선수 빰칠 만큼 훤칠한 키를 자랑하던 안병기 감독의 모습은 ‘공포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막연한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저는 밤에 화장실에 갈 때 스텝들을 끌고 갈 정도입니다. 그만큼 제가 겁이 많다는 거죠.”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안병기 감독의 ‘고백’을 듣고 나자, 그가 공포영화에 몰두하는 이유가 이해될 듯 했다. “저는 할리우드의 공포영화에 열광하면서 자란 ‘할리우드 키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장르의 영화를 제대로 만들었으면 다른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공포영화만 세 번째인데도 여전히 성에 안 차네요. 그리고 계속 영화를 하려면 웨스 크레이븐처럼 한 장르를 계속 고집하는 ‘장인정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진지한 대답에 대부분의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이제 기자들의 관심은 감독에서 출연배우들에게 옮아갔다. “마치 처음으로 영화 촬영에 임하는 것처럼 많이 설레고 떨려요.” <여고괴담>으로 한국의 원조 ‘호러 퀸’ 대접을 받았던 김규리의 말이다. 영화 첫 출연작으로 <분신사바>를 선택한 이유리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 데뷔작으로 이렇게 공포영화를 선택했는데요, 우선 안병기하고 함께 작업을 하게 되어서…” 갑자기 제작발표회장이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이유리가 빨개진 얼굴로 곧장 이렇게 자신의 말을 수정했다. “아니요. 안병기 ‘감독님’하고 함께 작업을 하게 되어서…” 이유리는 그 멋쩍은 상황을 수줍은 미소로 잘 넘겼다.

기자들의 물음은 안병기의 ‘페르소나’라 할 만한 여배우 하지원에 대한 궁금증으로 넘어갔다. “하지원은 아마 이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게 될 겁니다. 다만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안병기 감독은 기자들의 궁금증에 쐐기를 박았다. 어찌되었건 올 7월에 개봉될 영화 <분신사바>의 오프닝 장면은, <스크림>의 오프닝 장면을 빛냈던 드류 배리모어처럼 ‘호러 퀸’ 하지원이 멋지고 섬뜩하게 장식할 것임은 분명한 듯 하다.

이휘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5-13 22:04


이휘현 자유기고가 nosh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