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이위 엮음/ 장연 옮김/ 김영사 펴냄.

[Books] 세치 혀가 백만군사보다 강하다
리이위 엮음/ 장연 옮김/ 김영사 펴냄.

중국 전국시대 사람인 장의는 뛰어난 변론으로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 불우하게 지내고 있던 시절, 장의는 보배를 훔쳤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아내가 통곡을 하자 장의가 이렇게 말했다. “내 혀를 보게나. 아직 그대로 있는가?” 아내가 답했다. “그대로 있어요.” 장의는 안도한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럼 됐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독일군의 포격으로 버킹검궁이 무너졌을 때 유머와 기지가 넘치는 말로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독일군의 포격 덕분에 그 동안 왕실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얼굴을 더 잘 볼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구소련의 외무장관이었던 위신스키는 귀족출신. 유엔 회의 석상에서 영국 노동당 소속의 외교관이 이렇게 찔렀다. “당신은 귀족 출신이고 저의 가족은 대대손손 광부입니다. 우리 둘 중 누가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위신스키는 일장 연설 없이 이 한 마디만 던졌다. “그렇습니다. 우리 둘은 모두 반역자가 되었습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자기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반대로 세치 혀를 잘못 놀려 자신은 물론 집안까지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칼에는 두개의 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에는 백개의 날이 있다고 했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말을 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현대에서도 최선의 무기다. 이 책은 바로 말의 책략을 소개한다. 2002년 출간되자마자 중국의 정치인과 경제인의 필독서로 떠올랐다고 한다. 역사 속 화술의 대가들이 펼치는 지혜의 향연을 대화나 변론, 토론이나 논쟁에서 쓸 수 있는 101가지 말의 책략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담긴 책략들은 지은이가 멋대로 지어낸 게 아니다. 동서고금에 걸쳐서 위로는 제왕, 재상, 장수로부터 아래로는 병졸, 평민, 또 문인이나 학자들의 변론을 엄선한 것이다. 명나라 황제를 목매어 자살하게 만든 우금성, 왕의 권위에 대항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공자와 맹자, 감히 진시황을 꾸짖어 헛됨을 깨닫게 만든 모초, 무명변호사에서 대통령이 된 링컨, 촌철살인의 유머로 경쟁자를 물리친 처칠 등 동서양 현인들의 성공을 위한 말의 책략이 가득하다.

최성욱기자


입력시간 : 2004-05-20 14:29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