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과 햇볕을 머금은 꽃무리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팔꽃나무
해풍과 햇볕을 머금은 꽃무리

자연을 찾아 떠난 봄의 풍경은 무엇이든 연하고 부드럽고 따사롭다. 막 돋아난 연두 빛 새순이나 숲 바닥을 덮고 있는 노란 피나물이나 민들레 무리 …. 하지만 팥꽃나무는 이런 봄 빛깔의 선입견을 묵살하고,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독특한 모양과 색으로 눈길을 모으며 피어나 인상 깊다.

팥꽃나무는 주로 바닷가에 산다. 남쪽에서 서쪽으로 섬과 해안을 따라 장산곶까지 올라와 자란다. 희귀 식물이 될 정도로 귀한 식물은 아니면서도 한번도 팥꽃나무를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바닷가 섬지방에서라면 이 꽃이 한창 피는 봄이 아니라, 여름에 찾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 식물을 만나면 키고 그리 크지 않고 보통은 줄기에 가득 꽃들 달고 있어서 나무인 줄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팥꽃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작은 키 나무이다. 꽃은 보통 3월부터 피어 5월까지도 볼 수 있다. 깔때기모양의 작은 꽃들이 우산살처럼 펼쳐져 줄기에 모여 달리므로 꽃잎 필 때보면 꽃방망이를 보는 듯하게도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향기도 좋다. 긴 타원형의 잎은 검은 갈색 가지에 달리고 열매는 작은 구슬 모양으로 육질의 과육이 있다.

팥꽃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 나무의 꽃을 한번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줄기에 가득가득 달리는 꽃송이들의 색이 팥의 색을 닮았다. 혹자는 팥꽃은 노란색이므로 잘못된 이름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하는데, 팥의 색깔을 닮은 꽃이 피는 나무로 풀이하면 간단하지 않다. 서해안 일부 지방에서는 조기꽃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꽃이 필 무렵 조기가 때를 이루어 몰려드는 시기라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하긴 이젠 서해안에 때가 되어도 찾아 오는 조기가 많지 않다고 하니 그 별명조차 빛이 바랜다.

요즈음 팥꽃나무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연 관상적인 가치때문이다. 꽃의 빛깔이 특별한 데다가 꽃이 피는 기간도 길고, 크기도 적당하여 화단에 꽃나무로 키우기엔 아주 적당하다. 이 나무가 자라는 데는 주로 바다에 접한 산기슭 혹은 숲 가장자리 볕이 아주 잘 드는 곳이다. 그래서 잘 키우려면 볕이 들면서도, 여름엔 다소 서늘한 곳이 좋다. 생각보다 번식시키는 방법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종자를 뿌리기 보다는 삽목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도 이용한다, 주로 꽃이나 뿌리를 이용하는데 가래와 염증을 없애며 신경통 등의 증상에 처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피부를 자극하고, 임신을 막으며, 통증을 유발하는 유독성 식물이므로 약용 식물이라고 해서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팥꽃나무의 한자 이름은 원화(苑花)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꽃이 나무 가득 피어나면 그 나무 한 그루 자체가 작은 꽃의 나라가 된 듯 아름답다.

이유미 국립수녹연구원


입력시간 : 2004-05-20 16:09


이유미 국립수녹연구원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