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 도 등용문 역할…신인 연기자 과감히 기용, 한일 양국 '스타산실' 된 드라마

MBC 시트콤 <논스톱>, 때 빼고 광내 '샛별' 만든다
일본 NHK 도 등용문 역할…
신인 연기자 과감히 기용, 한일 양국 '스타산실' 된 드라마


장나라, 조인성, 조한선, 정다빈, 김정화, 한예슬…. 야마구치 도코코, 스즈키 교우카, 마쓰시나 나나코, 기무라 다쿠야, 나카이 마사히로, 다케우치 유우코, 이사하라 사토미…. 요즘 한ㆍ일 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연기자들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장나라에서 한예슬까지 모두 MBC 시트콤 ‘ 논스톱’에서 연기자로 데뷔해 신세대 스타로 부상한 연예인들이다. 물론 양동근 박경림 등은 ‘ 논스톱’ 출연으로 많은 인기를 얻어 확고한 스타의 입지를 굳히기도 했다. 야마구치 도코코에서부터 이사하라 사토미까지 일본 NHK 아침 드라마 ‘TV소설’ 에서 배출된 연기자들이다.

물론 NHK ‘TV소설’은 1961년 ‘딸과 나’를 시작으로 현재의 ‘덴까(天花)’까지 70편의 드라마가 방송될 만큼 역사가 오래됐고, ‘논스톱’은 지난 2000년 5월 1편을 시작으로 현재 ‘논스톱4’가 방송되고 있으니 배출 스타의 양적 면이나 시스템 면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겠지만 두 프로그램은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연기자로서의 등용문 역할을 충실히 해 온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일 양국에서 스타의 산실로 자리잡은 ‘논스톱’ 과 ‘TV소설’. 두 프로그램이 한일 양국의 스타를 배출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 대중문화 인적자원 양성

우선 인기가 있거나 스타 추동 세력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의 프로그램에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한 것이다. 일본의 아침 드라마는 주부들을 비롯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50%대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금은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20%선을 유지하며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고 ‘ 논스톱’ 은 스타화의 추동 세력 중 가장 힘이 있는 대중 문화의 주 소구층을 구성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시간대이다. 이러한 시간대의 편성 때문에 신인들이 수 많은 대중에게, 그리고 스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일주일에 5~6회 반복 노출되면서 연기자로서 존재를 알리고 스타로 부상하는 것이다.

또한 주연에 기성 연예인이나 스타를 기용하기보다는 가급적 신인들을 캐스팅 하는 것을 제작 원칙으로 삼아 체계화한 것도 스타 산실로 자리잡게 된 원인이다.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으로 이미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그래서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스타을 주연으로 캐스팅 하는 현상은 한일 양국 모두에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신인들이 발굴돼 입문하는 경로는 오락 프로그램의 게스트나 이나 드라마, 시트콤에 단역 등 비중이 낮은 역할에서 시작해 점차 비중을 높여 주연으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스타화 경로다. 하지만 한국의 ‘논스톱’이나 일본의 ‘TV소설’은 신인들을 가급적 주연으로 캐스팅 하는 파격을 제도화해 신인들이 스타로 비상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 구실을 하고 있다.

‘ 논스톱’과 ‘ TV소설’에는 공통점만 있는 게 아니다. ‘논스톱’의 경우 기획사에서 배출한 연기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제작진이 간단한 테스트를 한 후 기용하지만, 일본 ‘TV소설’은 주연들을 대부분 연기 지망생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실시해 다양한 자질과 개성을 가진 연기 자원을 발굴하는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덴카’의 여자 주인공 후지사와 에마도 오디션에서 2,367대의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연에 캐스팅 됐다.

- 체계적 시스템으로 연기 기초 다져

또한 일본 ‘ TV소설’의 제작진은 연기의 경험이 없는 신인들을 캐스팅해 연기의 기초부터 철저하게 가르치는 시스템을 구축해 ‘TV소설’을 거치면 연기자로서 최소한 부끄럽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다. 반면 ‘논스톱’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연기력보다는 오버와 과장으로 일관된 캐릭터의 표출에 역점을 두다 보니 연기력은 뒷전이다. 그리고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연기의 기초부터 가르치는 시스템이 없어 ‘논스톱’이 배출한 신세대 스타들?연기력으로 평가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기서 두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스타의 생명력이 차이가 난다.

신세대 스타로 부상한 조한선, 정다빈 등이 이후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드러나는 연기력의 부족은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양동근은 엄밀히 말하면 아역에서부터 출발해 연기의 기초를 다졌기 ㏏??가능한 것이었지 ‘ 논스톱’ 출연으로 연기력을 향상된 것은 아니다. 현재 ‘ 논스톱 4’에 출연중인 한예슬, 이윤지, 장근석, 앤디 등은 시청자들의 짜증을 유발할 만큼 연기력 부재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러한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신인들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켜 대중 문화의 인적 자원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변별점 없는 스타들의 겹치기 출연으로 시청자와 관객의 식상함이 증폭되고 결국 이것이 작품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연예인 자원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대중 문화의 질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MBC ‘ 논스톱’을 비롯해 방송사들의 일부 시트콤에서만 신인들을 기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분위기가 다른 드라마, 코미디, 오락 프로그램 등으로 확산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철저한 공개 오디션을 거친 뒤 연기자로서 손색이 없는 연기력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시트콤이 연기의 기본력도 갖추지 못한 인기 가수들이 연기자로 변신하기 위한 창구의 역할을 하면서 연기자의 스타 산실이자 탤런트 등용문의 의미가 퇴색되는 기미마저 보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신인인 배두나, 김민희, 안재모, 최강희, 이유리, 장혁, 하지원, 임수정 등을 스타로 자리 잡게 한 KBS 드라마 ‘학교1~4'(1999~2002년 방송)는 이런 점에서 좋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다양한 자질과 외모 그리고 개성을 가진 연기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만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진정한 스타 메이커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05-26 20:37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