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의 세계] 왜곡 혹은 오해


TV 홈쇼핑 채널에서 소개하는 제품은 일부 온라인 상품으로 특화된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이다. 같은 제품이라 할 지라도 유통 단계 축소나 불필요한 매장 운영비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 또 TV 홈쇼핑 채널에서 만날 수 있는 무이자 할부 개월도 구매 장점으로 꼽힌다.

TV에서 제품을 본 후,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상당수 고객들이 ‘왜 TV홈쇼핑 채널과 가격 차이가 나는지’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매장 판매원으로서는 적당히 받아 넘길 답변이 마땅찮다. 그래서 TV홈쇼핑 제품과의 차별을 강조하다보니, TV 홈쇼핑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어느 날 한 직장 동료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다짜고짜 ‘아니, TV에 나오는 컴퓨터 모니터 말이에요, 그거 껍데기만 똑 같고, 안의 핵심 부품은 다른 것 쓴다면서, 그거 그래도 돼요?’라고 물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필자가 차근차근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 친구가 자신에게 꼭 맞는 컴퓨터를 사기 위해 TV홈쇼핑은 물론이고, 전자 상가, 인터넷까지 샅샅이 뒤져 가격, 사양, 모델 비교를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어느 대리점에서 ‘TV 홈쇼핑 채널은 제품의 겉에는 고급형 모델 넘버를 찍어 마치 똑 같은 양 방송하지만, 사실 그 내부는 모두 중국산 수입 부품이고, 제조도 중국에서 한 싸구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 친구의 업무가 유통과는 거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TV홈쇼핑 직원이라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워낙 그 직원이 실감나게 이야기 하는 바람에 그 말을 믿고 컴퓨터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TV 홈쇼핑 채널을 유심히 보신 분은 알겠지만, 방송 중 제품 모델명은 물론, 원산지, 제조원, 제조한 곳, 제조년월, 수입처 등 제품과 관련한 기본 정보는 제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필수 사항이다.

매장 직원 말대로 겉과 속을 다르게 한 후, TV 홈쇼핑 채널에서 방송을 했다가는 방송 후 바로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찰 게 뻔하다. 앞으로 영원히 TV 홈쇼핑 방송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사기행각이나 다름없다.

필자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허탈하기도 했다. 아무리 불경기에 살기가 편치 않은 시기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근거 없고 무책임한 이야기를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지….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또 쇼호스트들이 시장 조사를 할 때 한 두번쯤 겪는 일이다.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런 유통 충돌을 막기 위해 생산하는 제품 중 TV홈쇼핑용과 일반 매장용을 구분해 생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과 김치 냉장고는 용량을, TV는 화면 인치 수를, 여타 제품은 일부 기능에 차이를 두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지, 결코 겉 모양만 같고 속은 좋지 않은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도 지금까지 가전제품이라면 어지간한 제품은 다 해봤지만, 부품이 좋지 않아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항의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온,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노출되는 같은 제품인데 TV 홈쇼핑 채널에서 소개할 때 좀 더 저렴하다고 해서 부실한 부품을 끼워 넣는 일은 결코 없다. 다만, 온라인 유통의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있을 뿐이다.

무턱대고 신뢰를 보내주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TV 홈쇼핑에 나오는 제품은 오프라인 제품과 비교하면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이라는 오해는 절대로 하지 않기 바란다. 그랬다가는 홈쇼핑 채널은 당장 내일이라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석현 CJ 홈쇼핑 쇼호스트


입력시간 : 2004-05-27 15:39


문석현 CJ 홈쇼핑 쇼호스트 moonanna@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