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길에 마음 빼앗기고 대숲걷다 죽향에 취하고가사문학의 본고장, 소쇄원 등 전통 정원·정자도 볼만

[주말이 즐겁다] 전남 담양
가로수 길에 마음 빼앗기고 대숲걷다 죽향에 취하고
가사문학의 본고장, 소쇄원 등 전통 정원·정자도 볼만


가사 문학의 본 고장인 전남 담양은 어디를 가나 대숲이 널려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죽향이다. 그래서 죽순 돋아나는 계절이 되면 사람들의 발길은 자석에라도 끌린 듯 담양으로 향하게 된다. 하염없이 대숲을 거닐고 싶어 찾아간 담양 나들이 길…. 그런데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댓잎보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잎사귀에 먼저 마음을 빼앗긴다.

큰 키를 자랑하며 파란 하늘로 날씬하게 솟아난 이 미국산 나무는 1972년 전국적으로 가로수 조성 사업을 벌일 당시 담양의 시범 가로수로 지정되었다.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도 강하고 여름엔 그늘 터널을 만들어 주고, 겨울엔 길이 얼어붙는 것도 막아 주니 담양 주민들에게 사랑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88고속도로를 뚫을 당시에 이 가로수는 많이 베어질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주민들의 반대로 고속도로가 가로수길을 비켜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했다. 또 지난 2000년에도 24번 국도를 확포장하면서 일부 구간 가로수의 생존이 위태로웠지만 지역 주민들과 환경 단체의 설득으로 보존이 가능했다. 지금은 이 가로수 길만 걷기 위해 담양을 찾는 사람도 많다는 게 주민들의 귀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장성서 담양 읍내로 들어서는 24번 국도변도 좋고, 순창서 들어서는 국도변도 괜찮다.

그 중 걷고 싶은 구간은 읍내에서 금월교에 이르는 십릿길인데, 담양군청에서 순창으로 빠지는 24번 국도변 학동마을 부근이 가장 인기가 있다. 남도 땅 말간 햇살에 연두색 잎사귀 반짝이는 봄날이나, 시원한 녹음 드리워진 여름이나, 잎사귀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이나, 빈 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들리는 겨울…. 그 어느 때 찾아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느낌이 좋다. 그런데 군민들을 주요 대상으로 열리는 ‘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걷기 대회’가 매년 5월 말쯤에 있으니 초여름의 가로수길도 제법 좋다는 사실을 눈치채기란 어렵지 않다.

이렇듯 담양에서 맨 처음 방문객을 반기는 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이지만, 누가 뭐라 해도 담양의 주인은 단연 대나무다. 허나 담양에서 외지인이 거닐만한 만한 대숲은 정작 몇 군데 되질 않는다. 대숲을 대밭이라고도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대숲에 함부로 들어가는 건 남의 밭을 침입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 담양의 대나무는 죽공예품의 재료가 되는 귀한 몸이 아닌가.

다행히 1990년대 중반에 한 개인이 금성면 봉서리에 대나무골 테마공원을 열어 외지인들도 대숲을 쉽게 거닐 수 있게 되었다. 담양 군청 앞에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아름다운 24번 국도를 타고 순창 방향으로 5km 간 뒤 석현교를 건너자 마자 우회전해 2km 가면 대나무골 테마 공원이 나온다. 3만여 평의 대숲 안에 호젓한 산책길을 꾸며 놓았는데, 여러 CF와 텔레비전 드라마 ‘ 전설의 고향’과 영화 ‘ 흑수선’, ‘ 청풍명월’ 등 대숲 배경지가 필요한 촬영지로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엔 읍내 향교리 뒤편 언덕에 죽녹원(竹綠苑)이라는 대숲이 문을 열었고, 역시 아주 큰 인기를 끌었다. 주차도 수월하고 담양 주민들의 휴식처로 애용되는 ‘관방제림’이 가까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죽녹원의 성공에 고무된 담양군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대숲을 여러 군데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도 그렇지만, 대숲도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걷는 게 제일이라는 귀띔이다. 만약 비온 뒤라면 잠깐 사이에 허리춤까지 올라올 정도로 자라는 죽순도 볼 수 있으니, 우후죽순(雨後竹筍)의 참뜻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다. 거기에 대숲에 바람이라도 불면 댓잎 몸 비비는 소리에 필경 넋을 잃게 될 것이다.

대숲에서 죽순을 바라보며 듣는 바람소리가 일품이라 해도, 식도락가라면 십중팔구 입맛을 다시게 마련이다. 시골에선 죽순이 땅에서 솟은 지 7일쯤 지나면 이를 캐서 뜨거운 물에 익혀내어 껍질을 벗긴 뒤 가늘게 쪼개 찬물에 담가 놓았다가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든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죽순회. 담양의 죽순회는 아주 유명하다.

▣ 숙식
대나무골테마공원(www.bamboopark.co.kr 061-383-9291)에 야영장이 있다. 캠프장(1박 텐트 1동) 사용료 15,000원. 자연의 품에 안겨 하룻밤 묵고 싶다면 영산강 발원지인 용소 상류에 자리하고 있는 가마골야영장(061-383-2180)이 무난하다. 오토캠핑장, 통나무집, 취사장, 산책로 등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담양 읍내에도 ?개의 여관이 있다.

담양의 별미는 죽순회. 부드러운 죽순과 논에서 잡은 우렁이를 넣고 오이와 당근 양파를 숭숭 썬 다음 초고추장으로 맛있게 버무려 내 놓는다. 또 죽순과 돼지고기에 표고버섯ㆍ양파ㆍ마늘ㆍ고추 등의 양념을 섞어 쪄내는 죽순찜, 죽순육회, 죽순나물, 죽순된장국 등이 있다. 읍내의 민속식당(061-381-2515) 죽순회가 유명하다.

▣ 교통
88올림픽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분기점이 지나 접근이 편이하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고서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담양 IC→29번 국도→2km→담양→24번 국도(순창 방향)→5km(메타스퀘어 가로수길)→석현교(우회전)→2km→대나무골테마공원.

대중교통은 동서울종합터미널→담양=하루 2회(10:10 16:10) 운행, 3시간50분 소요. 담양터미널(061-381-3233)→대나무골 테마공원=군내버스가 하루 4회(08:00, 11:00, 13:30, 16:40) 운행.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4-06-02 13:36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