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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의 세계] 말의 요리사


쇼호스트는 기본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업무 특성상, 조금 유심히 보고 있으면 개인적 성격이 대충 짐작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방송 중에는 쇼호스트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좋지 못 한 언어 습관이 나온다. 현업 쇼호스트로서 당연히 감추어야 할 일이지만 반성의 의미와 발전을 다짐하며 몇 가지를 소개한다.

TV 홈쇼핑 방송 중 쇼호스트의 언어 습관 중 첫 번째는 ‘ 고성방가’ 형이다. 명확한 전달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이든 진행자는 평소 목소리보다 약간 높은 톤으로 말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TV 홈쇼핑 채널에서 몇몇 쇼호스트의 톤은 좀 심하게 높다. 유심히 들으면 크게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 시종일관 큰일 난 것처럼 높은 톤과 빠른 말 속도로 구매를 재촉한다. 이런 방법은 처음 한 두 번은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을 리 없다. 오히려 시청자는 ‘ 에이 저 사람 또 저러네’ 하며 채널을 바로 돌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두 번째는 ‘ 네버 엔딩 스토리’ 형이다. 쇼호스트가 어떤 제품을 갖고 적절한 설명과 실연을 통해 제품의 특장점을 전달하고 나면 어느 정도 제품에 매력을 느낀 시청자는 주문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주문 콜 수가 점점 증가할 때쯤 프로듀서는 적절한 시점에서 쇼호스트에게 멘트 정리를 요구한다. 이 때 아직 쇼호스트 본인이 전달하지 않은 정보가 있어 반드시 전달하려고 하는 미련이 있거나, 본인 말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말이 이어질 때가 있다. 이런 때는 여러 가지 정보가 뒤섞여 본인 스스로 마구잡이로 전달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오히려 혼란하기만 하고, 특히 말을 끊지 못하고 계속 이을 때는 말하는 사람도 당황에서 혼란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어정쩡한 상태에서 말을 끊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그 같은 경우, 프로듀서나 MD가 입사 선배라면 방송 끝나고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왜냐하면 말을 분명하게 끊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게 되면 냉정한 시청자는 들던 전화기도 바로 끊어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토킹 머신’ 형이다. 두 번째 형인 네버 엔딩 스토리 형이 필요 없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면, 세 번째 ‘토킹 머신’ 형은 말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런 형의 진행자는 동료 쇼호스트든 게스트든 그 사람들의 멘트는 안중에 없다. 오로지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말로 시작해서 본인의 말로 매듭을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형이다. 두 번째가 쇼호스트 초년병이 자주하는 실수라면, 토킹 머신 형은 고참급의 진행자 중에서 의외로 많다. 이런 형의 쇼호스트와 같이 방송에 들어가는 동료나 게스트는 방송 내내 주로 하는 말이 “ 네”, “ 그렇죠”, “ 맞습니다” 외에는 별로 없다.

네 번째는 ‘도돌이 표’ 형이다. 방송 내내 같은 억양으로 모든 문장을 해결 하는 식이다.예를 들면 “ 이 제품의 장점 최신 제품이라는 것이구, 무엇보다 가격 조건도 좋고, 배송도 빨리 할 수 있고, 무이자 할부 개월도 넉넉합니다”라는 말을 할 때, 밑줄 친 부분을 똑같이 올려서 말하는 것이다. 평소 스피치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일반인도 흔하게 말하는 습관이다. 이런 습관 역시 듣는 사람을 쉽게 지루하게 만들고,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게 않다. 아직 훈련이 덜 된 초심자 쇼호스트나 이미 방송 할 때 말투가 굳어 버린 중ㆍ고참 급 쇼호스트 모두에게 골고루 나타나는 증상이다.

다섯 번째는 ‘ 사족형’이다. 말을 시작할 때, 항상 “ 네!” , “ 어~”, “ 음~” 으로 시작하는 경우이다. 이런 사족 형의 말은 가끔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면이 있지만, 습관적으로 자주 하게 되면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의심쩍다는 생각을 유발하게 된다.

지금까지 자성의 의미로 몇 가지를 공개했는데, 물론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적절한 화술을 구사하는 훌륭한 쇼호스트도 많다.(필자는 아쉽게도 아직 이 단계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여하튼 남 앞에서 발표를 잘 하는 사람은 분명히 주위 사람들에게 남다른 인정을 받는다. 방송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도 앞서 언급한 말 습관을 유심히 관찰 한 후에 본인의 말 습관과 비교해 보시라. 분명 당장 고칠 점이 발견 될 텐데 열심히 교정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최소한 손해 보는 일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문석현 CJ 홈쇼핑 쇼호스트 moonanna@cj.net


입력시간 : 2004-06-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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