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서기의 '장군 멍군'짧은 치마로 곤욕 치른 뒤 기자들 질문에 '김빼기'로 복수

[현장속으로] <디 아이 2> 시사회
여배우 서기의 '장군 멍군'
짧은 치마로 곤욕 치른 뒤 기자들 질문에 '김빼기'로 복수


“서기 씨, 그 뒤쪽 의자에 앉아 포즈 좀 취해 주세요.” 환하게 웃는 대만 여배우 서기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던 사진기자들의 요청이 쏟아졌다. 통역이 다가가 서기에게 그 말을 전했다. 그러나 서기는 난색을 표했다. 통역을 통해 사진기자들에게 돌아온 응답은 이러했다. “지금 너무 짧은 치마를 입고 있기 때문에 앉은 자세를 취하기가 좀 곤란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청치마는 매우 짧았다. 하지만 그 대답에 쉽게 포기할 사진기자들이 아니잖는가? 그들은 서기를 향해 계속 앉은 자세를 취해 달라고 보챘다(?). 그 때 사진기자 사이에서 이런 말이 툭 터져 나왔다. “다리 꼬고 앉으면 안 보일텐데 뭘……”.

결국 무릎을 꿇은 쪽은 서기였다. 서기의 앉은 자세는 예상했던 대로 아슬아슬했다. 서기의 표정은 왠지 좀 불편한 듯했다. 미소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사진기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촬영 전쟁이 끝났다. 그러고 나서야 <디 아이 2>의 기자간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자 시사회가 열린 날은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오후 2시에 공포영화 <디 아이 2> 기자시사회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음산한 날씨는 마치 <디 아이 2>의 개봉일을 의식한 듯했다. 기자시사회 장소가 마련된 서울극장 앞에도 귀신 분장을 한 여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시사회를 기념하는 이벤트인 듯 했으나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그 풍경도 매우 을씨년스러웠다.

예정시각보다 약 10여분 늦게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영화 상영 내내 잔뜩 긴장된 분위기였다. 객석에서도 끊임없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유독 튀는 비명소리가 있었다. 그 비명소리가 워낙 크기도 했지만, 그게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주목을 끌었다. 더군다나 비명을 질러댄 남자의 덩치가 제법 컸으니…. 필자는 그 덩치 큰 남자의 ‘힘찬’ 비명소리 후 그 주변의 반응이 어김없이 키득대는 걸로 봐서 조금 어색했다고나 할까?

질의응답 시간에 서기는 극중 임산부 역할을 맡아서 힘들었던 점을 이렇게 토로했다. “살을 찌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원성을 살 소리이지만 서기의 말이 거짓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내면연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빈 공간일 뿐인데 거기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그녀는 <스타워즈>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그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헛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만약 한국의 배우와 연기를 하게 된다면 누구와 호흡을 맞추고 싶냐는 질문도 떨어졌다. 그녀의 응답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눈빛을 상상해보라.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어떤 배우라도 다 좋습니다”라는 싱거운 답을 내놓았기 때문. 서기는 멋진 연예 스캔들 기사를 고대했던 많은 기자들의 기대를 일시에 무너뜨렸다. 어쩌면 그것은 무리하게 자신에게 앉은 자세를 취하도록 했던 기자들에 대한 하나의 통쾌한 복수극이었는지도 모른다.

이휘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6-02 14:11


이휘현 자유기고가 noshin@hanmail.net